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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May 21. 2019

잉글랜드를 점령한 네덜란드

네덜란드 술에 잉글랜드가 반하다.

Jean 말고 Gin

 17세 유럽은 중세에서 근대로 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대한 무역독점권을 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17세기 전반기에 인류최초의 거품현상으로 불리는 튤립파동으로 네덜란드가 몸살을 앓았다면 후반기에는 잉글랜드가 네덜란드로부터 전해진 지니에브레(Genièvre)라는 술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독한 도수의 술이 싸게 생산되면서 돈 없던 하층민들에 의해 대량으로 소비되었다. 이로 인한 알코올중독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네덜란드에서는 주로 예네버르(Jenever)로 불렸지만 이 술은 잉글랜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니에브레나 제네버(Genever)로 불리다가 진(Gin)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진이 잉글랜드를 장악하기 이전에 잉글랜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던 술은 럼이었다. 콜럼버스를 통해 서인도제도를 점령한 이후 아이티를 비롯한 카리브 해의 여러 섬을 지배하던 잉글랜드는 여기에서 나오는 값싼 당밀을 이용해서 럼을 만들었는데 카리브 해의 지배권을 프랑스에게 내어주면서 더 이상 럼을 생산하지 못했다. 이러한 때를 맞춰서 대체재로 등장한 것이 진이었다. 보리맥아와 옥수수, 호밀을 발효해서 술을 만든 뒤에 증류하는 것까지는 위스키와 비슷한데 증류된 술을 오크통에 넣지 않고 노간주 나무 열매를 넣어 약성을 침출한 뒤 이것을 다시 증류하면 진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노간주 열매(Juniper Berry)는 우리에게는 두송실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뇨작용에 도움을 주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진을 만든 사람은 네덜란드의 의사이자 과학자인 프란시스쿠스 실비우스(Franciscus de le Boë Sylvius)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항해의 시대로 접어들었던 당시 상황에 맞게 네덜란드의 선원들이 항해나 식민지에서 활동 중에 물대신 마시기도 하고 아플 때를 대비해 약으로 사용하려고 대량으로 보급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만든 것에 대해서는 다른 주장들이 있는데 1614년에 태어난 그보다 먼저인 1606년에 이미 이 술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과 1623년에 공연되었던 밀라노의 공작(The Duke of Milan)이라는 연극에 나오는 대사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 외에도 1495년에 쓰여진 요리서대로 만든 진이 재현되고 있는 점 등을 봤을 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실비우스가 위장질환과 신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할 때 노간주 열매에서 기름을 추출하거나 과실을 이용해서 약을 만들었다는 것과 좀 더 다양한 사용법을 위해 연구하고 기여한 바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1601년에 부족해진 식량에 대한 대책으로 벨기에는 술의 증류를 금지하게 된다. 이 영향으로 벨기에의 남부에 있던 증류와 관련 산업종사자들이 네덜란드와 프랑스, 신성로마제국을 비롯한 주변국으로 옮겨가면서 이들 국가들에서는 증류가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환경이 네덜란드에게는 경험의 축적으로 이어져 증류기술이 발달하고 숙련자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실비우스의 연구까지 결합되어 네덜란드에서 진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네덜란드의 선원들은 매일 150ml의 진을 배급받았는데 물 대신 마시는 용도로도 사용했지만 물물교환의 수단으로도 사용되며 화폐의 역할을 했다. 네덜란드가 많은 곳과의 교역이 있으면서 진의 품질도 더욱 발전하게 된다. 증류기와 증류기술도 발전했지만 교역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약재와 향신료가 추가되어 술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류에 관한 규제가 풀린 벨기에까지 합류해 진이 널리 퍼지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진의 발전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문에 증류기가 전쟁물자로 사용되면서 잠시 주춤하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요즘은 진만 따로 마시기보다는 보드카와 더불어 칵테일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며 많은 바텐더들이 주요 무기로 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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