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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Aug 20. 2019

친일파가 찬양하던 일본맥주

언어와 식성을 제외한 모든 게 친일

일본맥주이었기에 가능했다. 

    

 대한제국이 친일파와 일제에 의해 침략을 당하고 병탄되어 많은 수탈과 고초를 겪었던 만 35년은 대부분의 백성들에게 슬프고 아픈시절이었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평안한 삶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회유하며 명성을 날렸던 많은 친일파들이 있다. 친일파의 활동은 정치, 행정, 경제를 넘어 문화계와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넓다. 친미와 친러를 거쳐 친일에 정착한 이완용부터 매일신보에서 피와 살과 뼈가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고 썼던 이광수까지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다룬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된 친일파수가 4776명이다. 

 이중에는 친일의 정점을 찍은 이도 있다. 재산을 쫓아 말년을 대구에서 보낸 박중양. 일본으로 유학을 갔을 때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게 그의 사상과 일본의 문물을 배웠으며 그의 부인이 물에 빠지자 그녀를 구해 이토의 신임을 얻게 되었다. 박중양도 이토를 이토공이나 이등공이라는 호칭으로 항상 깍듯하게 대하며 따랐다. 그로인해 이토부부의 양자라는 소문이 들릴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관계여서 통감부나 총독부의 일본인 관리들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유학을 마치고 대구에서 판관으로 있던 시절에 조정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인과 꾸며 대구읍성을 허물었고 성을 쌓았던 돌들을 헐값에 넘긴다. 성벽이 허물어지면서 성 밖에 많은 땅을 사들였던 일본인들은 땅 값이 올라 많은 이득을 취하게 된다. 일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편의를 봐주던 박중양은 그들과의 교류도 잦았고 만날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던 맥주와 소주를 자주 마셨다. 1907년에는 소주를 40병을 마시고 맥주를 60병을 마셔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해져 ‘보리술 관찰사’나 ‘박태백’ 등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박중양은 많이 마고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 일본맥주이기에 가능했다고 말할 정도로 일상이 온통 일본의 덕이었다. 






 

 충북도지사시절이던 1924년 11월 26일에 조선 총독이던 사이토 마사토부부와 관리들을 데리고 외부인의 출입이 엄하던 속리산의 법주사에 가서 자연경관과 유흥을 즐겼는데 이들은 식사와 더불어 사케와 맥주를 마셨다. 시간이 지나 일행의 대부분 취해서 잠이 들었지만 박중양은 많은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술을 마시던 와중에 시중을 들기 위해 머물던 20세의 어린 비구승이 있었는데 그 비구승의 이름이 양순재였다. 다음날에 일행과 박중양은 법주사를 떠났고 그 어린 비구승은 보이지 않다가 몇 날이 지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박중양이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많았지만 친일권력의 핵심에 있었기에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는 만무하다. 그로부터 몇 달 뒤인 1925년 3월 6일자 동아일보에서 묻혔던 이 사건을 다루며 그의 치부가 알려져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일본의 동맹국들인 이탈리아와 독일이 패망했고 일제의 패망도 얼마남지 않은 것을 예감한 박중양은 서울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자신의 토지재산이 많이 있던 대구로 내려가 은신하게 된다. 나중에 군정을 위해 들어온 하지중장에게 인물이 부족한 조선에서 친일을 단죄하면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잃게 된다는 논리로 친일파들의 처벌을 막았다. 







 해방된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일본의 맥주를 맛볼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대형마트나 24시간 편의점을 통해 언제든지 일본맥주를 마실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의 사랑을 받았듯이 일본맥주를 찾는 손길들도 많아 여전히 인기를 끌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어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인들이 맛있는 일본맥주를 안 마시고는 못 버틸 것이라며 불매운동은 얼마 못 갈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우리는 크게 떠들 필요 없이 행동으로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모습에 대해 ‘좋다’, ‘아니다’의 의견들은 분분할 수는 있지만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었던 구한말의 국채보상운동과 지금의 불매운동은 우리 국민들이 외부의 강압에 굴하지 않고 이를 물리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결하는 좋은 사례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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