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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May 28. 2019

기네스비어의 통계학

맥주 맛을 위해 만들어진 통계 법칙

어느 회사원의 페르소나



 1759년의 유럽은 1756년에 발발한 7년 전쟁의 여파로 혼란스러웠다. 갈등이 이어지며 열강들과 군소 공국들이 서로 얽혀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전쟁은 유럽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양조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런 악조건에서 아서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땅을 임차해 공장을 짓고 비어를 생산했다. 시작한지 만 10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기네스 사는 잉글랜드로 포터를 수출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 널리 퍼진 기네스의 찬란한 역사가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수출이 무난할 수 있었던 것은 기네스의 조상이 잉글랜드 출신이었던 점과 아일랜드 사람들이 주로 믿는 가톨릭보다 잉글랜드의 국교인 성공회를 믿는 것을 간과할 수 없었다. 영국으로의 진출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북남미로도 진출하며 기네스 비어를 널리 알렸고 설립된 지 약 100년만인 1858년에는 뉴질랜드까지 진출하며 명성을 널리 알렸다.





 기네스는 날로 성장했지만 고민도 있었다. 비어를 만들 때 양조자들이 모양과 냄새로 품질을 평가하는 주관적인 관점으로 홉을 사용하면서 맛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이에 회사는 성장할수록 경쟁사들보다 뛰어난 품질관리를 위해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기네스 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방법을 택한다.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했던 인재를 정식으로 채용한 것이었다. 그 첫 주인공은 옥스퍼드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토마스 베넷 캐이스(Thomas Bennett Case)다. 1893년에 입사한 그는 기네스 비어의 품질이 홉에서 연한수지가 차지하는 비율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연질수지의 양을 추정해보려고 당시에 주로 사용되던 대형표본이론을 적용해 150개 이상의 표본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충분한 표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양도 적어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가 잰 걸음을 할 때 새로운 인물이 기네스에 수습사원으로 입사를 하는데 그가 윌리엄 실리 고셋(William Sealy Gosset)이다.





 고셋은 1876년 6월 13일에 영국 종교의 상징이자 국교회의 본산인 켄터베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수학과 과학을 공부했던 고셋도 비어에 대한 홉의 이상적인 비율을 찾기 위해 표본샘플을 통해 전체의 비율을 유추하는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표본의 양이 적은 것을 알고 수리통계학에서 명성이 높았던 칼 피어슨의 상관계수 개념을 적용해 연구하였다. 하나의 현상에 변수가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통계적 검증을 통해 작은 표본으로 자신의 추정치에 발생할 수 있는 약간의 오류들을 면밀히 분석하며 수정했다.





 이런 보완을 통해 고안한 방법으로 홉의 평균 연질수지 함량과 각 측정값의 평균을 구할 수 있었다. 결국 비어의 맛을 유지시켜 주는 홉의 비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맥아로 사용할 보리의 질 시험에도 이 분포를 사용하였다. 기네스는 경쟁사들에게 획기적인 통계 기법이 새나가지 않도록 보완을 철저히 했다. 고셋은 학자로서 이러한 통계법을 널리 알려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고셋은 회사의 입장을 고려해 개인적인 활동을 자제하며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결국 회사는 본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학회 활동을 허락했고 고셋은 머릿속에 떠오른 ‘스튜던트’라는 필명으로 연구 성과를 Biometrika 학회지에 발표한다.





 이후에도 후속발표를 통해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통계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나중에 친분이 있던 통계학자 로널드 피셔가 이 분포를 ‘스튜던트 분포’라고 불렀고 ‘t’를 기호로 썼다. 피셔 이후 이 분포는 고셋의 필명을 따 ‘Student T-test’ 내지는 ‘스튜던트 t 분포’로 불렸다. 양조업계이외에도 생물학과 물리학, 심리학, 생체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표본크기에 따라 두 개의 평균이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기본적인 통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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