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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Mar 04. 2019

군함을 위한 조성한 숲이 술을 담다..

군사강국 프랑스를 꿈꿨던 루이 14세의 리무쟁 숲이 오크통으로 승화되다.

군함을 만들기 위해 키운 나무는 자라서 술을 담았다.


 태양왕이라고 불리던 루이 14세는 프랑스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누렸던 군주다. 풍부한 재정을 기반으로 많은 전쟁을 치렀던 왕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역사의 뒷받침을 위해 1665년 재무장관을 시작으로 27세의 젊은 왕 루이14세를 보필하며 프랑스를 이끌어 간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쟝 바티스트 콜베르다. 


쟝 바티스트 콜베르



프랑스를 부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업을 중시하는 중상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해외식민지건설과 무역을 위해 아메리카와 아시아를 상대로 하는 교역이 필요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동인도회사를 설립하고 무역로를 장악했던 네덜란드와 영국의 견제에 맞서기 위해서는 많은 상선과 강한 해군력이 뒷받침되어야 했는데 프랑스는 네덜란드의 함대나 영국의 해군처럼 강한 해군력을 갖지 못했다. 이러한 이웃들을 견제하고 극복하기 위해 강한 해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콜베르와 루이 14세는 해군기지와 조선소 건립목표를 세웠다. 배를 만들기 위한 재료인 목재를 공급받기 위해 임야보존법을 선포하고서 1666년부터 꼬냑 동부의 리무쟁(Limousin)지역을 포함한 인근에 오크나무숲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리무쟁은 주로 소를 키우는 축산업이 발달한 곳인데 오랜 시간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607년 이후 프랑스의 영토가 된 곳이다. 당시의 프랑스는 이곳에 프랑스 해군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프랑스의 미래를 설계했던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무쟁의 오크나무 숲은 오늘날 프랑스의 해군력에 기여하기보다는 세계 주류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렌치 오크통으로 이어져오면서 프랑스의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이유가 재미있다.

 당시에는 함선을 만드는 재료로 오크나무를 주로 사용했다. 이유는 나무재질의 특성 때문인데 조밀하게 이루어져 있어 무게는 조금 있지만 내구성이 단단했다. 건조된 상태의 목재도 다루기 쉬웠고 열을 조금만 가하면 더욱 유연해지면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 목재의 재질이 좋아 해상전투가 벌어졌을 때 포탄피격에도 선체에 피해가 적었고 파편이 적게 발생해서 병사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함선을 건조할 때 내부를 구성하는 재료로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선체외부를 구성하는 재료로 사용하는데 알맞았다. 그런데 오크나무가 자라서 목재로 사용하려면 지역에 따라 80~12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무가 자라면서 세상도 발전하다 보니 제 기량을 선보일 나무로 성장했을 때에는 나무가 아닌 철로 배를 만드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조상들이 조성해서 전해 준 좋은 목재를 그냥 놔두지는 않았다. 온도가 높지 않은 기후에서 성장한 프랑스의 오크나무는 결이 단단할 뿐만 아니라 공기의 흐름을 적당한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을 잘 살려 오크통을 만들었다. 크기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많은 양을 다양한 지역으로 유통시키기에도 편리했다.  

 


 오늘날 프랑스가 수출하는 원목과 가공된 목재의 반 정도는 오크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수출된 나무들은 금속고리틀의 도움을 받아 용도에 맞는 크기의 오크통으로 만들어졌다. 각 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술들은 오크통의 품안에서 숙성되어지고 유통되고 있다. 와인과 맥주와 같은 발효주뿐만 아니라 위스키부터 브랜디, 럼과 같은 다양한 증류주까지 많은 술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쉐리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이외에도 포트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의 인기가 좋아서 비싼 가격에 팔렸었는데 최근에는 증류주회사에서 오크통을 구입한 뒤 와인양조장에 임대를 주고 와인을 출하할 때 빈 통을 회수해서 사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회사들이 오크통을 수입하고 있는데 증류로 만든 쌀소주나 밀소주를 전통방식인 항아리와 더불어 오크통에도 숙성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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