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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l 09. 2019

비어의 자가주조가 불러온 나비효과

단순한 취미가 산업의 변화를 이끌다.

크래프트 비어를 꽃 피우다.


 1993년 3월 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를 선언한 북한은 영변의 핵시설에서 연료봉을 교체하며 재가동을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아메리카는 영변의 핵시설에 대해 폭격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 북한은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방송에서는 연일 군사전문가들이 나와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과 대비책을 논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그러던 중 1994년 6월 15일 김일성주석과 만나 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의 긴장을 완화시켜준 아메리카의 정치인이 있었다. 땅콩과 면화를 재배해서 돈을 벌었기에 땅콩장수나 땅콩농부로 불렸던 민주당 출신의 정치인으로 아메리카 제 39대 대통령인 제임스 얼 카터 주니어(James Earl Cater Jr)다. 평양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핵시설 동결과 사찰을 재개하고 북미고위급 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김일성주석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반도의 긴장은 여전하지만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다섯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재임 이후에 한반도가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었다면 그가 재임 중이던 1978년 10월 14일에는 아메리카의 농산물과 맥주시장의 흐름을 바꾸어 현재에 이르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







 바로 아메리카 내에서 맥주의 자가 양조를 합법화하는 것이었는데 1919년에 금주법이 시행된 이후 60여년 만이었다. 물론 2013년 7월 1일 미시시피 주에서 자가 양조를 합법화할 때까지 35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아메리카의 50개주 전역에서 홈브로잉이 합법화되는데 초석을 놓았다. 사람들은 홈 브로잉을 시작했고 여기에서 경험과 아이디어를 얻은 사람들이 기존의 대형 맥주회사들과 달리 새로운 발상으로 도전하는 맥주 회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홈브루어들은 집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그동안 상업맥주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맥주들을 선보이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라거 일색이던 소비시장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잉글랜드에서 인기를 끌다가 시들해진 IPA를 비롯해서 다양한 에일이 만들어졌고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맛이 가벼운 라거 외에도 많은 홉과 맥아를 사용해서 만든 진한 향의 비어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 층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아메리카의 크래프트 비어는 오늘날 하나의 산업분야로 자리를 잡았다. 맥아를 만드는 보리 외에도 맥주에 들어가는 홉을 재배하는 농장들이 활성화되어 농가의 재배품종 다양화와 수입구조를 다변화시키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에서만 보이는 변화가 아니었다. 자가 양조에 대한 규제철폐는 아메리카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1979년에 90개가 채 되지 않던 브루어리의 숫자가 2000년에 1566개에서 2018년 7,450여 개를 넘었다. 또 2018년을 기준으로 아메리카 맥주의 총 생산량은 전년대비 1.0%로 감소했지만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오히려 생산량이 4.0% 증가해서 전체맥주생산량에서 13.2%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아메리카의 맥주시장 전체매출액인 1142억 달러 중에서 276억 달러로 24%이상을 차지하였고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양조협회(Brewers Association)의 자료에 따르면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2017년 아메리카에서 50만개 이상의 일자리와 762억 달러의 경제적 기여를 했다. 이와 같이 경제적 변화는 단순한 취미생활에서 출발이 되었고 현재는 아메리카적이지 않은 것들을 받아들여 아메리카적인 것으로 재구성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 







 2015년 8월 23일 암 투병에 대해 인터뷰하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야기를 했지만 그해 12월 6일 항암치료를 통해 암세포가 모두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중이던 카터는 2019년을 기준으로 95세다. 자신이 양지로 끌어낸 홈브로잉을 통해 성장한 크래프트 산업을 바라보며 뿌듯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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