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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Feb 27. 2019

술이 지핀 열정으로 시를 짓다.

술 한 말로 백 편의 시를 지을 수 있는 감성을 지녔던 천재 시인 이백

우리나라와 중국은 고대사와 관련되어 대립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들이다 보니 교류를 통해 서로 비슷한 점들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술을 만들 때  누룩을 사용해서 빚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쌀로 술을 빚어 마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술은 주로 증류로 만든 높은 알코올도수의 배갈인데 그전에는 발효주를 만들어 마셨다. 중국은 영토가 넓어서 술을 빚을 때 쓰는 쌀과 누룩과 물이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다. 발효과정에서 생긴 지역별 온도의 차이는 더욱 다양한 맛을 냈고 지역의 이름을 붙인 명주로 이어졌다. 

 이러한 중국의 전통 발효주를 황주라고 하는데 황주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술에 취한 상태로 황제에게 불려가 시를 지은 사람이 있었다. 술을 좋아해서 술 한 말에 시 백 편을 썼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의 문장가다. 그는 이름이 높다 못해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인물로 우리에게는 이태백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이백이다. 시를 지을 때에 특별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읊으며 시를 한 번에 지었다고 한다. 동시대에 살며 쌍벽을 이뤘던 11살 어린 두보가 글자 한 자에 정성을 쏟고 시구 한 구에 고민을 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이러한 자유분방한 성향은 도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영향을 준다.


양귀비를 아끼다가 봉변을 당한 당현종


 이백이 짓는 시와 문장이 뛰어나다 보니 당나라 황제였던 현종의 사랑을 받았다. 하루는 현종이 이백을 찾았는데 그를 궁궐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모두들 이백을 찾았지만 보이지를 않았고 이백을 발견한 신하가 간 곳은 결국 술집이었다. 대낮부터 취해서 자고 있는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이백이 너무 취해있는 상태인 것을 알게 된 현종은 술이 깰 때까지 쉬게 하였다. 술에서 깨기를 기다리던 현종은 정신을 차린 이백에게 시를 지어달라고 했는데 이 때 술을 한 말 정도는 마셔야 시흥을 느껴 시를 쓸 수 있으니 다시 취하게 해달라는 이백의 말에 현종은 어이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취할 수 있도록 술을 마시게 한 뒤에 이백에게 시를 짓게 했다. 현종은 양귀비와 정원을 거닐다가 이백을 불렀던 것인데 적절하게 취해 시흥이 살아난 이백은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하며 청평조(清平調)라는 시 세수를 지었다. 시에서 한나라 성제의 황후인 조비연과 꽃을 빗대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문제는 이 시에서 나오는 조비연이었다. 내용에 나오는 조비연은 황제의 사랑을 받다가 나중에는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기고 품행도 바르지 못해 황실을 어지럽힌다는 죄를 얻어 서인으로 강등까지 되는 비운의 여인이다. 현종의 총애를 받던 내관인 고력사는 이러한 내용을 이백이 지은 시에 연결시켜 양귀비를 저주한 것이라고 모함을 한다. 예전에 이백이 술에 취해 고력사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기라고 했던 일이 있었다.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고력사는 이때를 기회로 삼아 양귀비를 꼬드겨 이백을 모함해 궁궐에서 쫓겨나게 한 것이다. 문벌귀족사회였던 당나라에서 시골출신으로 별다른 힘이 없었던 이백은 결국 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백이 술과 함께 사랑했던 달


 이백은 달을 좋아했다고 한다. 달에 관한 시도 썼지만 얼마나 좋아했는지 강물 위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거짓전설이 있을 정도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으나 뜻을 펼치기에는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았던 이백에게 자신을 묵묵히 봐주던 달은 술친구로서 제격이었을 것이다. 중국의 시문학을 이야기할 때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백이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물론 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그렇다. 이렇다보니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보다 주선(酒仙)으로 불리는 이백이 더 어울린다는 농담들이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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