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립일세 Mar 27. 2019

애주가가 애국가가 된 사연

그래도 친일파가 만든 선율을 부르는 나라보다는 낫다.

술을 마시다가 부른 노래를 애국가로


 지도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각기 다르다. 그 중에서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을 주도하는 단 하나의 나라가 있는데 바로 미국이다. 독립 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리적인 환경과 다른 나라와 치룬 여러 전쟁을 통해 국가적인 시스템을 갖추면서 성장했다. 특히 독립전쟁 이후에 있었던 미영전쟁은 먼로와 잭슨 같은 걸출한 영웅들을 탄생시켰고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적이었던 두 나라는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우방이 되었다. 이때 맺어진 영국과의 우애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영전쟁은 무엇보다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국가(國歌)인 'The Star Spangled Banner'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다. 




"별이 촘촘한 깃발"이란 뜻으로 미국 국기를 모습그대로 표현했다. 이 노래에서 선율은 영국인 존 스태포드 스미스가 작곡한 곡에서 따왔는데 'To Anacreon in Heaven(천국의 아나크레온에게)'이라는 제목으로 불렸던 노래다. 1766년부터 1792년까지 영국에 있었던 아마추어 뮤지션의 모임인 'Anacreontic Society'라는 단체에서 불리던 대표적인 노래로 저녁식사와 이어진 술자리에서 불리던 술을 권하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아나크레온은 기원전에 활동했던 그리스의 시인으로 술과 사랑을 읊으며 많은 시를 지었다. 가사는 "맥헨리 요새의 방어"라는 시를 사용했다. 미영전쟁이 한창이던 1814년에 법률가이자 아마추어 시인인 프랜시스 스콧 키가 미국을 대표해서 포로로 잡혀 있던 윌리엄 빈즈라는 의사의 포로협상을 위해 볼티모어항의 맥헨리 요새 앞에 있던 영국군함을 방문했다. 다음날 새벽 맥헨리 요새가 다른 영국전함들에게 밤새 포격당하면서도 각 주를 상징하는 별이 박힌 대형 깃발이 꿋꿋하게 펄럭이는 장면을 목격한 후 뭉클함을 시로 표현했다. 전단지로 돌려지던 시는 'The Defense of Fort McHenry(맥헨리 요새의 방어)'라는 제목으로 볼티모어 신문에 실리게 된다. 매형인 조세프 H. 니콜슨 판사가 이 시를 보고 당시 술집에서 유행하던 영국 노래인 천국의 아나크레온에 가사로 붙여 부르게 된 것이 미영전쟁의 분위기를 타고 널리 퍼져 유행한 것이다. 그 해에 선율과 시가 붙은 악보가 인쇄되면서 제목도 '별이 촘촘한 깃발'로 바뀐다.





 처음부터 이 노래가 미국의 국가(國歌)로 불린 것은 아니었다. 식민지 시절에는 영국의 국가인 '신이여 왕의 지켜주세요' 라는 곡이었는데 1776년에 있었던 미국의 독립전쟁 이전까지 불렸다. 1789년에 초대대통령인 조지워싱턴의 취임식을 위해 필립 필이 작곡한 'The President 's March(대통령의 행진곡)'이 있었다. 여기에 1798년 판사이자 하원의원이던 조셉 홉킨슨이 작사한 'Columbia Hail(만세 콜롬비아)'이라는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불렀는데 조지 워싱턴에 의해서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로 채택되어 비공식이었지만 1931년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국가로 사용되었다. '별이 촘촘한 깃발'은 1889년 미국 해군의 공식연주곡으로 사용된다. 1916년에는 윌슨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공인해 미국의 공식행사에서 사용하였다. 1918년에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불리다가 허버트 클라크 후버 대통령의 공식적인 요청으로 하원의회를 통해 미국의 정식 국가가 됐다. 이후에 미국의 국가행사와 일반적으로 열리는 각종 스포츠행사에서 초청받은 가수가 자신만의 특성을 살려서 다양한 장르로 부르고 있다. 박자와 음계가 어려워 대중적인 합창이 쉽지 않아 교체가 건의된 적도 있다. 현재는 미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 문구와 가사 내용을 이유로 바꾸자는 의견들이 있지만 많은 미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곡이어서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러니한건 국가로 인정된 1931년에는 금주법이 미국을 뒤덮고 있었지만 술을 권했던 노래의 멜로디가 국가로 채택된 것이다.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회   녹색요정이 녹색악마가 된 사연

https://brunch.co.kr/@maestoso449/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6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6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8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8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0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1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0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3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4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1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6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1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8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7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6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0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1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3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2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4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6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7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0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1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0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6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3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7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4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8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6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0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1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2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0회   국영술집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3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7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4회   비어와 맥주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6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6회   라부아지에


호외

https://brunch.co.kr/@maestoso449/58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9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60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9회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50회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51회


작가의 이전글 겨울에는 캔맥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