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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Mar 28. 2019

일본에서 신이 된 남자

지금 일본 술의  원조를 만들어 낸 우리의 조상

일본의 고사기에 기록된 남자

 섬으로 구성된 나라 일본에는 4개의 큰 섬이 있다. 이중에 남쪽 끝에 위치한 큐슈라는 섬에는 총 7개의 현이 있다. 후쿠오카 현과 나가사키 현의 중간에는 사가 현이라는 곳이 있는데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신사(神社)의 나라 일본답게 이 곳 사가 현에 있는 사가 시에도 사가신사(佐嘉神社)가 있다. 이곳에는 일본의 칠복신중에 어업과 상업의 신인 에비스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비롯해 7개의 사당이 있다. 그 중에는 백제에서 온 사람이 신으로 모셔져 있는데 그의 이름은 인번이다. 어떠한 이유로 일본에서 신으로 모셔지고 있는 것일까?





 땅이 붙어있는 중국과는 주고받는 영향이 많아 서로가 밀접했지만 바다건너에 있던 일본과는 많은 교류가 있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배를 만드는 조선술과 항해술의 발달로 교류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리적으로는 경상도 지방의 신라와의 교류가 많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오히려 백제와의 교류가 빈번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특히 백제의 중흥을 이끌었던 근초고왕 때 처음으로 문물을 전해주게 된다. 아직기는 쇼토쿠 왕자의 스승이 되었다. 이후에 백제의 17대 왕인 아신왕 때 일본 왕실의 스승이 된 왕인박사를 비롯해 많은 기술자들과 경서를 일본에 보내 선진문물과 백제의 앞선 문화를 전수해 주었다. 물론 일본에서는 헌상하라는 일왕의 명령에 따라 백제가 바친 것으로 되어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러 분야의 기술자들 중에는 인번(仁番)이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수수허리라고 불렸다. 





 일본의 속담 중에 술과 관련된 재미있는 속담이 있는데 ‘단단한 돌도 술에 취한 사람은 피한다.’는 것이다. 일본 고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일본의 15대 왕인 응신천왕은 수수허리(須須許理)가 만든 술을 마시고 즐거워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고사기에 기록된 내용을 살펴보면 “스스코리가 양조한 술에 내가 취한다. 재앙을 피하는 술,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술, 즐거운 술에 내가 취한다.” 술이 취해 기분이 좋은 왕은 지위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짚으며 오사카의 길을 활보하는데 오사카 동쪽지역에 있는 언덕의 큰 돌이 자신이 가려는 길을 막자 지팡이로 큰 돌을 치려고 할 때 놀란 돌이 지팡이를 피해 도망갔다는 고사에서 나온 이야기를 품은 속담이다. 지위고하 동서고금의 누구나 술에 취해서 하는 행동은 같은 거 같다. 여기에서 술을 만든 스스코리는 수수허리의 일본식 발음이고 그가 바로 백제사람 인번이다.





 곡식을 주식으로 하는 동북아시아의 특성상 술을 만들 때도 곡식을 사용하였다. 초기에 술을 만들 때에는 곡식을 입으로 씹은 후 뱉은 것을 모아 술을 만들었는데 일본에서 씹는 일은 무당이 담당했다. 그 만큼 술은 아무나 만들 수도 마실 수 없는 귀한 음료였던 것이다. 





이러한 일본에 인번은 백제에서 가져온 누룩을 사용하여 술을 빚는 방법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누룩을 만드는 방법도 전수해 준다. 인번은 수수보리라고도 불렸는데 뜻이 술 거르는 사람이다. 누룩과 같은 발효제를 따로 만들어 술을 빚지 않았던 일본은 누룩이 사용되고 전파되면서 발효제를 사용한 술 빚기가 시작됐고 일본 양조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일본 술을 의미하는 ‘사케’라는 단어는 우리말인 ‘삭히다’에서 변형됐다는 설과 사가신사의  ‘사가’에서 변형되어 오늘날에 이른다는 설이 있다. 어떤 것이 맞든지 고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과 일본의 교류가 일본 술이 기틀을 세울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고 오늘날과 같이 발전하는 데에 이바지했다는 것에서 우리 술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외에도 사가 현에는 학문을 전파하고 일본왕실의 스승이 된 왕인박사를 모신 왕인신사와 조선의 도공 이삼평을 모신 도산신사 등이 있어 고대부터 이어져오던 있었던 한류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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