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문화 도입한 글로벌 기업... 그 성과는?
스페인에는 '시에스타' 문화가 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낮잠을 자는 것이다. 낮잠 후 끌어올린 에너지를 바탕으로 오후 업무에 집중한다. 더운 기후와 제한된 근무 시간으로 낮에 잠깐 단잠을 자게 된 것이 시에스타의 배경이다. 이런 시에스타 문화는 현대에 와서 많이 사라졌지만, 노동 생산성 측면에서 여러 기업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미국 수면 의학 아카데미의 전 회장인 엡스타인(Epstein)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수면 장애가 업무 생산성, 건강 관리 비용 및 산업재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불면증에 따른 생산성 저하에 비용을 매겨 본다면 이는 천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구글, 우버,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대표 기업에서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낮잠 문화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낮잠이 주는 업무 생산성 향상과 그 효과를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의 직장'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 굉장히 많은 Nap pod을 구비해뒀으며, 상시로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낮잠 복지 이외에 좋은 사무실 환경, 무료 음식, 커피 및 음료 등을 제공한다.
Uber
차량 공유 회사 우버는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낮잠방'을 만들었다. 우버 사무실의 디자인을 담당한 드니스 체리(Denise Cherry)는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방을 만들었고, 직원들이 방을 떠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설계했다"라고 말했다. 이 방은 거실, 부엌, 낮잠방을 포함해 직원들의 업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공간으로 쓰인다.
페이스북은 사무실에 외부 환경이 모두 차단되는 Nap Pod을 설치했다. 위에 나온 일반적인 Nap Pod에 비해 페이스북의 Nap Pod은 문을 닫으면 주위에 노출될 우려가 적기 때문에, 낮잠을 가장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공간으로 보인다.
Capital One Labs
캐피털 원 랩스는 2014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사무실'로 선정된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밝고 재미있는 업무 공간을 마련했다. 사무실 여기저기에 잔잔한 조명과 작은 사다리를 배치한 틈새 공간이 있어 직원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
* '가장 멋있는 사무실'로 선정된 캐피털 원 랩스의 멋진 사무실 전경을 더 보려면 링크를 클릭하세요!
덧. 실리콘 밸리에 있지는 않지만...
Zappos
미국 신발 및 의류 소매업체 자포스의 설립자 토니 셰이(Tony Hsieh) 역시 직장 내 낮잠을 권장하는 사람 중 하나다. 2009년 아마존에 12억 달러로 자포스를 매각한 그는 2014년 '홀라크라시(Holacracy)'라는 조직문화를 들고 와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홀라크라시는 '극단적 수준의 수평적인 조직 운영방식'으로서 상사가 없는 조직을 뜻하며,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 자율도와 책임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마감 기간을 독촉하거나 감시하는 상사가 없으니 회사 내에서 자유롭게 꿀잠을 잘 수 있다. 자포스 라스베이거스 본사에는 낮잠뿐만 아니라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는 Energy Pod, 마사지 의자, 웰니스 박람회, 회사 내 건강 검진 등의 직원 복지가 있다.
* 홀로크라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링크를 클릭하세요!
Ben & Jerry's
미국 버몬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제리는 10년 이상 사무실 내에 낮잠방을 운영해왔다. 벤앤제리의 관계자는 "낮잠방이 기업 문화의 일부"라며 "행복한 직원이 가장 생산적인 직원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이러한 문화를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낮잠은 밤잠을 보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20-30분의 짧은 낮잠은 인간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분, 경각심, 성과를 향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중 낮잠을 즐겼다고 알려진 위인도 많다. 윈스턴 처칠, 존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나폴레옹, 알버트 아인슈타인, 토마스 에디슨은 하루 중 일정을 정해 규칙적으로 낮잠을 잤고, 주로 오후 시간대에 낮잠을 청했다고 알려져 있다.
NASA가 입증한 낮잠의 효과
NASA 역시 낮잠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기업 중 하나다. NASA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40분 동안 낮잠을 잔 우주비행사는 낮잠을 자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업무 성과가 34%, 경각심이 100%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낮잠을 잔 직후 바로 경각심이 높아졌고, 몇 시간 후에도 이 상태가 유지되었다. 낮잠이 경각심을 회복시키고 실수나 사고를 줄임으로써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교대 근무자에게 낮잠을
9 to 6의 시간이 아닌 특정 시간에 근무하는 교대 근무자 중에서도 야간 근무자는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2006년 미국의 수면의학연구센터가 두 병원과 함께 야간 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야간 근무자에게 근무 중 졸음을 쫓기 위해 카페인을 섭취하고 낮잠을 자게 하였다. 낮잠과 카페인은 야간 근무자들 사이에서 경각심과 성과를 높이는 결과를 보여줬다. 특히, 둘의 조합은 직원 정서 증진는 물론, 가장 효과적인 업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20-30분 동안의 낮잠"은 업무 집중도와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고, 밤잠을 방해하지도 않는 최적의 시간이다.
또한, 편히 누울 수 있는 곳에서 실내 온도와 습도가 쾌적하게 유지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소음과 빛이 제한된 곳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안타깝지만 평범한 사무실 환경이라면 낮잠 공간은커녕 잘 곳도 마땅찮다..!ㅠㅠ). 만약 너무 늦게 잠을 자면 밤잠을 헤칠 수 있기 때문에 밤에 잠드는 시간을 계산하여 6-8 시간 전에 자는 것이 좋다.
효과적인 낮잠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20-30분의 낮잠
2. 쾌적한 온도와 습도
3. 소음과 빛이 없는 장소
4. 적당한 시간대
그동안 낮잠은 오명을 썼다. 낮잠을 자는 사람 게으르거나 의욕이 없다고 취급했고, 낮잠은 어린 아이나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가 증명하듯 낮잠은 피로감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경각심을 갖고 실수를 줄임으로써 더 나은 업무 성과를 만들기도 한다.
피곤할 때는 낮잠을 자는 것은 결국 직원에도 회사(사장님)에도 좋은 일이다.
<참고 자료>
MAETEL은 스마트 수면 디바이스를 만드는 슬립테크 스타트업입니다.
▒ 홈페이지: https://www.maete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