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면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던 생각과 감정들을 의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들 예상하는 바 대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 중에는 좋은 것보다 나쁜것이 더 많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예전에는 알아도 저지할 수 없었고, 행동을 바꾸기란 더 어려웠다. 명상은 이것에 저항하는 힘을 길러준다. 명상은 원치 않는 생각을 중단시키고,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 간단한 명제가 얼마나 힘든건지 공감할 사람이 나말고도 있을까.
어색하면 나도 모르게 나를 망가뜨리던 습관을 멈추다
며칠 전에는 같이 요가 수업을 들은 선생님을 우연히 스타벅스에서 만나서 같이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낯선 사람과의 1:1 대면 상황이라는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다. 낯선 상황이면 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것 이상의 오버액션을 하게 된다. 그날도 만남 초반에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내게서 과도하게 많이 말하게 만들고 또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과도하게 들뜬 에너지가 분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이것은 나름의 어색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하는 대처 방안이었지만, 어색한 침묵 대신 과도한 토크로 나를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결코 편안하지 않은 흥분감을 전할 뿐이었다. 예전 같으면 내가 뭔가 잘못 행동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겠지만 내 행동을 고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는 그런 나 자신을 바로 의식하고 자세를 똑바로 고쳐앉고 크게 숨을 쉰 다음 아랫배쪽에 의식을 집중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불안하게 들뜨던 기운이 가라앉고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기운이 형성되었다. 나는 다른 때와는 적당히 긍정적인 기운으로 상대방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갈 수 있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나를 자책하는 것을 멈추다
마음공부를 많이 할 수록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자기사랑은 그야말로 삶을 제대로 살아가게 하는 데 모든 것의 핵심이다. 우리가 기분이 나쁠 때를 잘 떠올려 보자. 보통 처음에는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서 불쾌함이 발생하지만 그 불쾌감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은 그로 인한 자기 비난이나 자기 학대로 인한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는 남편과 소소한 다툼이 있었다. 뭐든 꼼꼼하고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 하는 남편은 우리 집이 좀 더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매끼 맛있는 식사가 때에 맞춰 준비되고 집안은 호텔처럼 항상 정갈한 그림 같은 집! 남편의 컴플레인이 한편으로는 밉기도 했지만 나도 아주 못마땅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 남편의 기준으로 집을 정리하고 보면 이런 쾌적한 집에서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툼 뒤에 남는 자기 비하였다. 남편의 말에는 수긍했지만 돌아서고 나서 내 머리속에 남는 것은 나는 대체 왜 결혼 5년째 요리를 이렇게도 못하는 것이며, 그다지 많지도 않은 집안일을 하는 것을 이렇게 버거워 하는 것인가 하는 자기비하였다. 회사일로 힘들어하는 남편의 모습만큼 비례해서 퇴사해서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 자신이 가치 없고, 형편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대화는 종결되었지만 나는 다음날 까지 나 자신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나는 나 스스로가 주저 앉을 때 까지 비난의 채찍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뜩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내게 자기 비하가 아닌 나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필요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그 전에는 무엇이 문제였는지도 몰르는 채 머리속을 휘젓는 생각과 감정이 나를 시궁창에 처박히도록 방치 했었다면 명상은 문제가 시작될 때 그것을 의식하고, 내 생각과 감정을 나 자신을 성장하는 방향으로 바꾸도록 돕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바꾸고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은 위로와 용기이지 혹독한 낙인찍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남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자신에게 가장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