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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Mar 20. 2022

어린시절 나는 음흉한 아이였다.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 

무의식의 문을 여는 열쇠 무의식의 문을 여는 열쇠 

어린시절의 나는 좀 음흉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아동기때 기억을 떠올려 보면, 한 살 어린 5살짜리 동갑내기 아이들에게 결혼해야 한다고 하면서 뽀뽀를 시키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면서 애로틱한 기분을 만끽했던 변태적인 아이였다. 그때 결혼하는 역할의 두 아이들은 천진 난만한 얼굴로 연거푸 뽀뽀를 해댔는데 그 아이중 한 명의 누나가 와서 앞으론 이런 장난은 하지 말라며 불쾌한 표정으로 동생의 손을 낚아채 갔던 기억이 난다. 



전래동화가 아무렇지 않게 잔혹 범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처럼 나의 놀이에는 성적인 코드와 함께 폭력성이 있었다. 무엇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일인지 누가 한번도 알려 주지 않았고, 본 적도 없었지만 어린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이면에 있는 숨겨져 있는 잔혹함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생생해서 어쩌면 내가 전생에 전쟁에서 끔찍하게 고문받다가 죽었거나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여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겉 보기에 말갛던 6살 소녀는 내 안에 있는 잔인함 만큼 타인에게 심겨져 있는 잔인함도 알았기에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속에 내재된 어두움을 스스로 끔찍히도 싫어했다. 하지만 돌이켜보건데 인간의 있는 밝은 속성과 동시에 시커먼 속성을 모두 자각하고 있는것은 본능적으로 어떤 사람을 조심해야 할지 어떤 상황을 피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것이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인지를 알게 해 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줬다. 






시간이 흐르고, 어린 소녀는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무의식 속에 그 모든 회색빛깔들을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이제 다른 아이들처럼 맑은 얼굴로 웃고 즐거운일이 잔뜩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간의 속성중 한 부분만 바라보는 것은, 흐릿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흐릿한 세상에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솔로몬은 왕이 된 뒤 신에게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였다. 그리고 신은 그런 솔로몬의 기도를 기특하게 여겨서 솔로몬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매만지게 되는데 내안의 악을 직면한다는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나를 진실되게 살아갈 수록 도와주는 계기가 되어준다. 






어른이 되면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무의식 속에 집어넣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것만을 삶에서 표면에 드러나게 설정해 놓고 나머지는 덮어 버린 채 자물쇠를 잠궈 버렸다. 문제는 가끔 우리는 설정이 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것을 수정해 보려고 하지만 이미 열쇠를 강에 던져버린 뒤 라는 것이다. 



명상은 아무도 열 수 없는 무의식의 상자를 열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게 해 주는 유일한 통로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내가 외면하고 덮어두었던 나의 온갖 추악하고 부족한 면을 직면하고 나를 제대로 잡아갈 방법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명상을 하면 누가 아무리 이야기 해줘도 깨닫지 못하던 자신의 오류를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그것이 좀 더디더라도 명상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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