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다 보면 겪게 되는 부침
명상도 잘 안될때가 있다.
명상을 하는 데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나는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가량 명상을 하고 있지만 매일같이 명상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한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그렇게 한시간을 채우고 나면 머리가 너무나 맑아지고 하루를 명료하게 보낼 수 있지만 어떤 날은 30분이 3시간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다. 어떤 날은 가만히 앉으면 머리속에 복잡하던 것들이 솨솨솩 정리가 되면서 문제 해결까지 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고역스럽기만 하고 아무런 효과도 못느끼는 날도 있다. 어떤 날은 명상을 한다기 보다는 앉아서 졸음과의 씨름을 하고 있다. 내가 바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는 졸음과 씨름을 하고 있을 때 이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명상을 해 보고자 앉아 있는 것은 앉아 있는 시간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날 하루를 몽롱하게 만든다. 큰 스님의 경우, 명상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잠을 줄여서 명상하라고 했는데 나같은 경우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안타까운 사실은 잘되는 날보다 안되는 날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쯤 되면 내가 명상을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의구심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계단식성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너무나 다행히도 나는 명상을 시작하기 전 PT를 배웠었는데 PT로 근육을 기를 때의 경험이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는다. 근육 운동을 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매일 운동이 가뿐하게 잘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어떤 날은 죽어도 목표량을 못채우겠어서 한두개를 남기고 포기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운동을 하는게 아니라 그저 버티기만 하여서 이렇게 운동하는게 의미가 있는가 싶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저질 체력은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아서 나같은 사람은 아무리 해도 체력이라는 것이 길러지지 않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이쯤되서 그만둬야 할 것 같은 생각도 수없이 했다.
하지만 이런 온갖 부침을 겪고 1년이 지난 뒤 나의 체력은 그 전과 매우 달라졌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온몸이 아프고 그냥 앉아 있는 것도 누워야 할 것 같던 심각한 상태였지만 지금은 몸에서 피로감이나 묵직한 느낌이라는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나의 팔다리가 내게 큰 짐이고 온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지금은 그게 어떤 것이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예전과 달라졌다.
명상에도 성장 주기가 있다.
명상에도 주기가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바이오리듬이라는게 있지 않은가. 오랜 기간 명상을 하신 스님들도 명상은 컨디션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 하셨다. 명상을 하면서 겪는 변화도 PT를 하며 겪은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나? 왜 아무런 진전도 느껴지지 않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하는 것이 나를 보이지 않게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아직 나의 변화를 섣불리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던 '한 시간 명상'이 언젠가 부터는 가볍게 달성된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내가 기대하는 명상의 효과가 100이라면 매일 100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명상의 수준이 20,30 라면, 그것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어느날 우연히 100을 경험하게 되고, 100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평균 명상 수준이 20,30에서 40,50으로 향상된다. 그리고 그렇게 더딘 성장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매일 100을 경험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바라는 바이다)
5시에 일어나려는 불가능한 고집
대부분의 경우, 나는 5시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여전히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말인즉 11시에 잠자리에 들기가 여전히 힘들다는 것이고 11시 넘어서 자게 되면 6시간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어나게 된다. 5시 기상이 내 몸에 맞지 않는가 싶어서 잠자기 전 1시간 명상을 하고 6시에 일어나는 패턴으로 해 보기도 했으나 취침 전 명상은 시간을 매일 일정하게 확보하기가 어려워서 규칙적인 패턴으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결국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다시 5시 기상을 고집하게 되었다.
내가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11시 취침 - 5시 기상을 달성했을 때 온몸이 가뿐하고 컨디션이 최상이 된다. 나는 입술이 자주 부르트는 스타일이었는데 11-5 시간에 맞춰서 자고 일어난 날은 신기하게도 입술에 윤기가 난다. 그만큼 피부 세포가 재생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아무리 많이 자도 하루종일 피곤이 쌓여 있었는데 11시-5시에 맞춰서 자고나면 5시 알람에 날아갈듯 가벼운 마음으로 벌떡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또렷하고 개운한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11시에 취침을 하는 것이다. 11시에 취침을 하려면 10시부터 슬슬 취침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게는 밤 시간을 적당히 포기하는 것이 아직도 큰 장벽으로 놓여 있다. 11시 취침, 5시 기상 후 1시간 명상으로 시작하는 꿈같은 하루를 만드는 것이 매일매일 과제이다. 여전히 이것이 매일 원하는만큼 잘되지 않는 것이 답답하고 속상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언젠가 나의 컨디션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 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