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도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명상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명상은 유튜브를 보는 것이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나고 역동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명상은 길고 지난한 과정입니다. 요즘처럼 버튼을 누르면 결과가 탁 나오기를 기대하는 세상에서 명상은 어찌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활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눈을 감고 앉아서 5분을 버틴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15분, 한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그야말로 곤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곤욕을 참고 견뎌도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명상을 시작하자마자 삶이 달라지는 변화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 안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전혀 감지를 못합니다. 다만 인내하고 계속했더니 어느 순간 눈떠보니 나 자신이,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달라져 있음을 갑작스레 인지하게 되죠.
명상을 하는 서로 다른 목적들 - 목적을 이룬 사람들
이렇게 명상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오지 않기에 명상을 시작해서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본 다른 분들은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 '불면증을 없애기 위해서', '가족간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서', '몸에 기운이 생겼으면 해서', '창의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 등과 같이 매우 다양했습니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지루하고 긴 과정을 인내해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난한 과정을 버텨낸 사람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가부좌로 오랜 시간 앉으면서 자연스럽게 단전쪽에 기가 모아지고, 그것이 온몸을 타고 흐르면서 아픈 부위가 회복되고 건강해 지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면서 본인이 화가 날 때 그것을 자각하고 멈출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는 엄마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가족간의 불화가 상대방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방에게 만들어 놓은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었다는 것을 발견한 분도 만났습니다.
나의 명상 목적 - 집중력 기르기
저의 경우 명상을 하는 목적은 불안을 잠재우고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나치게 얕은 집중력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어요. 무언가를 할 때 중간중간 헨드폰을 하거나 다른 생각에 빠져서 엉뚱한 일에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죠. 하루가 지나갔을 때 돌아보면 내가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고 분명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인데도 블랙아웃이 된 것처럼 중간 중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시간들도 있었어요. 당연히 마감일에 맞춰서 무언가를 완성해내기가 어려웠고, 항상 허둥지둥 미완성 상태에서 일을 끝내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일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것도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한동안 저의 관심사는 온통 '집중력을 기르는 법' 이었습니다. 명상으로인해 이제는 그날 할일을 미리 계획하고, 일하는 시간과 배우는 시간,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시간 등을 구분지어서 어느정도 저의 통제 하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돌아봤을 때 시간별로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알차게 보냈는지를 데일리 리포트로 적어서 돌아볼 수도 있게 되었고요. 중요한 일의 경우는 마감일 3일 전에 끝맺자는 규칙을 만들어서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 못지키는 경우도 여전히 있습니다만)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들도 많습니다.
* 물건 뚜껑 닫기 (화장품 뚜껑, 샴푸뚜껑, 양념장 뚜껑, 전자렌지 문, 냉장고 문)
* 매일 글쓰기
* 일주일에 2권씩 책 읽기
* 매일 저녁 부엌 정리 다 하고 자기
* 구역별로 집안 정리 하기
등등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거 아니야??
그냥 뚜껑을 닫으면 되고, 글을 쓰면 되고, 부엌정리를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겠네요. 어떤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저에게 어려운 까닭은 내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근육이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 됩니다. 예를 들어 물구나무서기를 하거나 줄넘기 100개를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냥 하면 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그건 바로 기초체력이나 해당 부위에 필요한 근육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아서라고 생각 되요. 이렇게 단순하고 쉬운 일들을 저의 목표로 삼는 것은 제 마음 근육을 길러서 어떤 동작도 자유자재로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명상을 오래 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쉬워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현안 스님이 10시간 할 일을 명상하고 나서부터는 5시간만에 끝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생각한 데로 행동으로 옮기고 삶을 원하는 데로 이끌어 나가는 힘이 커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다시 말하자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하는 온갖 잡다한 생각과 그런 생각들로 인해 행동의 주저함이 줄어 들고, 결국 시간 낭비가 줄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생각이 단순해 지면 행동도 간결해 진다고 하는데 제 안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생각들이 있어서 저의 하루가 제가 원하는데로 이루어지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명상을 하면 제가 지난 기간동안 그랬듯이 어느 순간 변해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도 꾸준히 명상을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제가 명상을 하는 목적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명상을 하고 있나요? 길고도 지루한 인고의 시간을 견디게 해 줄 명상의 목적, 그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 여러분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고, 언젠가 뒤 돌아 보았을 때 놀랍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