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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Apr 14. 2022

중학교 때 경험한 명상의 효과

초선을 경험하는 생기는 일 

명상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저의 중학교 3학년 시절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당시 대체적으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명상을 접하게 되었어요. 



명상과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초,중,고를 다니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으로 일상이 가득차 보이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날 아픈 담임선생님을 대신해서 저희 반에 오셨던 선생님도 그런 분이셨습니다. 웃음이 가득한 반달눈을 하시고 기운찬 몸을 가지고 계셨던 그 여자 선생님은 40-50대가 되어 보이는 분이셨습니다. 갑작 스럽게 아무 계획도 없이 들어 오게 된 낯선 반에서 초롱초롱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망울,, 선생님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간단한 기수련을 알려 주셨습니다. 




"눈을 감고 두 손을 가슴앞에 기도하듯이 모아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손을 떼면서 그 안에 에너지가 모이는 것을 느껴보세요" 




신기하게도 손바닥 사이에서 구름덩어리 같은 기가 느껴졌습니다. 숨을 들이쉬면 잠시 작아졌다가 내쉬면 다시 커지기를 반복하면서 손바닥 사이의 구름은 점점 더 커졌고, 처음에는 손톱만한 크기였다가 나중에는 손바닥을 어깨 넓이만큼 벌려야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말 내 손바닥 사이에 구름이 있는 것 같은게 느껴졌고 그 구름은 동그란 형태는 유지하였지만 계속해서 그 형태를 바꾸며 살아 움직였어요. 



그 밖에도 선생님은 두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내려놓으라고 하고 하나는 실이 하늘에서 끌어 올린다고 생각하고 하나는 무거운 돌덩이가 올려져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도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기가 느껴져서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잘 되는 듯 보이고 싶은 것인지 실이 끌어당긴다고 생각하라고 하는 팔을 높이 올리면서 신기해 했습니다. 






손바닥 사이에 있는 기를 느끼는 것은 다른 모든 생각과 감각을 다 차단하고 오로지 손바닥의 감각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몰입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몽글몽글 움직이는 기가 점점 더 커지게 하기 위해서는 호흡에 집중하면서 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잘 다루어야 했거든요. 제가 한 이 단순한 행위가 명상에서 모든 생각을 차단하고 감각에만 집중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은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그 경험을 재미있어 했습니다. 다들 눈을 감고 자신의 기를 느끼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가시고 난 뒤에도 우리는 삼삼 오오 모여서 계속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기를 키우는 데에 집중 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쉬는시간, 점심시간에 하는 것도 모자라,  집에 와서도 책상 앞에 앉으면 우선 손바닥부터 마주대었고, 잠자기 전에, 학원을 다녀와서, 시간이 날 때마다 기를 느끼는 훈련을 했습니다. 한번에 3분에서 많아도 10분을 넘지 않는 것이었지만, 이것을 수시로 반복하면서 저도 모르게 제 마음 근육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변화 

제가 한 것이 명상이라는 것도, 명상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전혀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예전과 다르게 길가에 있는 작은 것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분명 오랫동안 알고 항상 지나왔던 거리였는데 이 지점에서 목련나무가 있었는지, 저 위에 저렇게 오래된 간판이 있었는지 전혀 새롭게 보였습니다. 예전에 수십번 넘게 보아도 10중에 3만 보였다면 이제는 10중 10개가 다 보였습니다. 안경을 새로 맞춘 듯 온 세상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봄에 올라오는 연두색 잎사귀들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예전에 아빠가 산에 가자면 어떻게 해서든 안가려고 핑계를 대기 일쑤였는데 산에 핀 개나리, 진달래들의 천연의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서이제는 한걸음 한걸음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에 불만이나 평가, 좋고 싫음과 같은 생각이 없어져서 가벼워졌습니다. 그전에는 스스로를 책망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적이 없었고, 그래서 마음은 가라 앉거나 들뜯거나 한,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명상을 하면서 생각을 계속 비워냈더니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잘났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이, 그리고 삶의 이 순간이 모두 완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대단한 일이 있어야만 삶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것들이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하고 완전한 것인지 느껴져서 매순간 꽉차게 행복했습니다.  


외모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저는 제가 유행에 뒤쳐진 구식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자라왔습니다. 내가 입는 옷들은 엉성하고 나는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사진을 찍으면 엉거주춤하고 어색한 표정이라 항상 내 사진을 보는 것이 괴로웠었죠. 하지만 나에 대한 자책과 불안이 멈추자 표정도 자연스러워지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옷들로도 충분히 잘 입을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봄소풍때는 옷장안에 오랫동안 처박혀 있던 옷을 조합해서 입고 나가자 옷 잘입는 친구가 되었어요.  


집중력도 놀라울 정도로 향상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암기를 하려고 노트에 필기하고 형광펜으로 색칠을 하고 난리를 피워도 암기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부터는 수업시간에 밑줄을 한번 그으면서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을 받아 적으면 그대로 암기가 되었습니다. 학기 시작할 때면 열심히 풀어야지 해놓고서도 1/3 도 풀지 못한 채 버려지던 문제집이 수두룩 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문제집을 다 풀었습니다. 심지어 선생님들이 수업하고 남는다고 나눠주신 문제집도 받아서 한 과목에 문제집이 5개정도까지 된 과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조리 다 풀고, 그 중에 모르는 것들은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다 물어보고 전부 이해했죠. 


이야기를 할 때도 속도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말 할 때 말과 말 사이에 시간이 충분히 길게 있어서 말하면서 순서를 바꾸고, 중간에 넣을 말들을 생각해 낼 수 있었습니다. 말을 조리있게 한 것은 당연하고, 중간중간 유머도 잘 섞을 수 있게 되면서 저는 재미 있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나는 어째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왜 지금은 안되는건가 


이런 놀라운 변화는 그런데 고등학교를 가면서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세상이 아름다워보이지도, 놀라울 정도로 암기력이 좋지도,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다행히 중학교 3학년 때 터득한 공부법은 그대로 남아서 고등학교 때도 관성의 힘으로 성적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더이상 내 안의 완전한 평화와 삶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같은 마음은 없어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믿기지 않을 그 시절의 그 일들을 돌이켜보며 한동안 저는 왜 그때 그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지에 대해 고민 했었습니다. 이런 저런 명상수련, 기수련 하는 곳에 찾아다니기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소심해서 조금만 하다가 다 도망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아무리 해도 그때와 같은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일생에서 한 번 이상 경험할 수 없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는 우울증의 전조단계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자 제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오래한 스님들에게 이야기 하니 이것이 명상의 아주 초입단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초선을 제가 경험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명상은 그 이상이며, 꾸준히 명상을 하면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해 받은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도 설명해 줄 수 없는 저만의 놀라운 경험이 이상하고 헛된 것이 아니라 명상으로 가는 바른 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죠. 




지금도 그 당시의 경험은 명상할 때 제가 지향하는 점입니다. 스님은 마음이 깨끗했던 중학교 시절과 달리 지금은 머리속에 쓰레기가 많아서 예전처럼 쉽고 빠르게 깊이 있는 단계에 오르지 못할거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도 빠르게 진전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꾸 책망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저에게 필요한 것은 내어 맡김이었다는 것을 다음 시간에 이야기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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