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정원사 안나 Apr 22. 2022

PT와 명상의 공통점

명상을 시작하기 4개월 전부터 PT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PT를 다닌 경험은 결과적으로 명상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명상과 PT 에는 공통점이 여러가지 있었어요. 



처음 3개월은 실패와 좌절의 시간이다. 

퇴사하고 집에 계속 있으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나빠졌습니다. 일을 안하고 쉬면 몸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 반대더군요. 아니, 일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서 생기는 문제 같기도 했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는데도 근육이 아파오고 온몸이 피곤했어요. 얼굴도 몰라보게 망가졌습니다. 앞으로 죽을 때 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서 세상 절망적인 생각이 들 무렵, 남편이 제게 PT를 권했습니다.  


처음 PT 수업을 갔을 때, 1kg 아령 10번을 연속으로 못 들어 올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분명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라고 생각했지만 10개도 못들고 기진맥진해서 쓰러지는 저 자신이 스스로도 납득이 안갔습니다. 어떻게 내 근육이 이정도로 약해졌을까. 저 조차도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지요. 아령을 몇 개 들었다 놨다 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팔다리가 후들거렸어요. 누가 보면 100kg짜리 덤벨 100번 든 사람 같았죠. 


근육이 전혀 없다 보니 노오력이라는게 불가능 했습니다. 조금 더 하려고 노력하다가는 그냥 바로 쓰러져버렸으니까요. 조금 더 잘해볼까 하는 마음에 매일매일 나가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몸에 무리가 가서 아예 며칠을 드러눕는 일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안될까. 답답하고 무력했습니다. 매일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실패하고 돌아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실패가 성공이다. 

명상을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목표는 한시간 결가부좌였는데 우선 결가부좌 자세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습니다. 하체가 특히나 뻑뻑하고 유연함과는 거리가 먼 저였기에, 두 다리를 포개는 자세를 하고서는 5분을 앉아있기 힘들었습니다. 스님은 1시간을 그렇게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한시간은 커녕 1분도 더하는 것이 제게는 너무 큰 고통이었습니다.  



한달간 5분 언저리에서 포기하는 날들이 계속 되었습니다. 5분씩 10번은 할 수 있어도 5분에서 1분을 더 늘리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하지만 스님은 시간을 늘려야 의미가 있다고 하셨어요;;;) 5분에서 20분까지 만드는 데에는 무려 3개월이 걸렸습니다.  매번 앉을 때 마다 오늘은 조금 더 해봐야 더 해봐야지 하지만 매번 고통을 참지 못하고 다리를 풀어 버리고 말았죠. 그 짧은 시간을 앉아 있을 때 조차도 너무너무 힘들어서 정말 더이상은 못하겠다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이게 명상을 하는 건지 묘기를 부리는건지 알수가 없었죠. 명상을 이런식으로 하는게 과연 맞는 것일까. 도대체가 이런 가학적인 명상 방법을 왜 권하는건지 스님에게 가서 따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 올랐습니다. 


명상이건 PT건 무엇이든 처음 할 때 초반에 경험하는 것은 좌절과 절망, 그리고 막막함인 것 같습니다. 명상을 처음할 때도 이게 도대체 뭐 하는건지, 아무런 변화도 효과도 느껴지지 않는데 내가 이것을 하루 하다 그만 둔들 열흘 하다 그만둔들 전혀 차이가 없을 것 같죠. 새싹이 아직 나오지 않은 이 시점에서, 근육이 전혀 없다가 생겨나는 그 기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명상도 PT도, 사업도 모두 초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제로에서 1을 만드는 것이 가장 느리고 변화도 더디게 오는 구간이라고 하잖아요. 명상도 예외라고 생각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는 영적천재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느끼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제가 배운 큰 스님의 경우에도 초선(명상의 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 들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15분 명상으로 삶을 바꾼다는 메세지가 널리 깔린 시대에 매일 한시간씩 명상을 한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육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하루에 15분씩 해도 좋지만 가장 추천하는 것은 매일 한시간씩 하는 것이잖아요.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것은 어찌 더 쉬울까요? 더더군다나 우리는 살면서 단 한번도 마음을 내가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훈련을 해 본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운동도 명상도 공부도 결국 시간이 쌓여야 합니다. 그리고 포기하고 싶을 무렵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모든 우리가 하는 일들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