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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May 21. 2020

너님도 모르는 너님의 재능

그것이 돈을 벌어줄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

남편의 유일한 낙

장삐쭈의 재능

회사일로 누군가를 만날 때면 항상 각 잡고 진지모드를 하는 남편, 잔뜩 긴장해서 산처럼 높이 올라간 어깨를 볼 때면 저 상태로 굳어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가 힘겨운 하루를 버텨내는 유일한 낙은 잠자기 전에 보면서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는 유튜브 영상. 하도 경망스럽게 소리를 내며 웃어 대길래 대체 뭘 보는 건지 궁금해서 나도 몇 번 같이 본 적이 있는데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같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훔쳐보다가 나중에는 내가 핸드폰을 빼앗고 같이 이불속에 들어가서 이불이 들썩 거릴 정도로 함께 웃어제 낀다.


유투버의 이름은 그 유명한 장삐쭈. 자기 얼굴을 알리지 않아 베일에 쌓여 있는 이분이 얼마 전 동아일보에서 인터뷰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주변 사람을 관찰하고 따라 하는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친척들, 주변 친구들, 군대에서는 상병을 관찰하고 따라 해서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 줬다는 것이다. (기사 참조) 기사를 읽고 그가 재능을 녹슬게 하지 않고 열심히 갈고닦아준 것이 고맙다고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 아닌가.


근데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유튜브로 대박 나지 않았다면 아무 쓸모없는 장기에 불과했을 수 있다. 그가 백수로 있는 동안 부모님 앞에서 이런 흉내내기 기술을 선보였다면 아마도 쯧쯧 혀를 차며 "니 방으로 가!" 하는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만약 장삐쭈가 회사에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지만) 아마도 일을 잘 못했을 것이고 (나의 가정) 일을 잘 못했다면 그 따라 하기 재능은 '무능한 선배의 별로 안 웃기는 짜증 나는 재능' 취급을 당했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 재능을 펼쳐 볼 자리조차 갖지 못했을 수 있다.


회사생활의 비인간성

정체성 몰살의 현장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사람을 일로서만 평가하는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된다. 회사에서는 인성 보다도 일이라고 하고 일을 못하는 사람은 죄인이라고 한다. (하하 그러는 자기네들은 얼마나 일을 잘한다고ㅎㅎ) 앞 뒤를 재지 않고 일 처리 능력의 여하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회사생활에서 그 딱딱한 논리와 작용 반작용에 기반한 빠른 액션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칭송받지 못한다.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몰살당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유일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수많은 안타까운 케이스들을 봤다. 기타를 잘 치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컴퓨터를 매우 잘 다루는 사람, 춤을 잘 추는 사람, 옷을 센스 있게 잘 입는 사람. 하지만 그들의 재능은 오로지 회사 일로만 평가되었다. 누군가는 그들의 재능이 밥 먹여 줄 정도로 뛰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은 자기의 재능과 관계없는 곳에 일하러 온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잘났으면 그 일로 밥 벌어먹고살고 회사에는 오지 말았어야 하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재능이라고 여기지 못하고, 심지어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이 직업이 되거나 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가 아주 감명 깊게 읽은 '내 재능 사용법'이라는 책에서 스티브 하비는 이렇게 말한다. 우선 무보수라도 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으라고, 작고 허름한 일이라도 내 재능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을 찾으라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당신에게는 교회의 교사 활동 일 수 있고,  만들기를 잘하는 당신에게는 근처 초등학교 방과 후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클래스 101이나 탈잉에서 수업을 시작해 볼 수도 있다. 스티브 하비에게는 그것이 동네의 작은 스탠딩 코미디 무대였고 나에게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번 재능을 드러내면 그것이 당신의 능력을 세상에 보여주고 그것이 또 다른 기회를 불러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회들을 계속해서 잘 연결하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보잘것없다고 여겨지는 재능으로 화폐를 교환할 수 있게 되고 운이 좋다면 큰돈을 벌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살펴보자 당신의 재능

재능을 키우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 몫이다

우리는 우리의 재능을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나는 당신이 회사에서 당했던 수모와 모멸감은 결코 당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당신의 그 재능을 교환 가능한 화폐 가치로 만들어 내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남이 잘하는 것은 재능으로 보이고 내가 잘하는 것은 쓸데없는 것으로 보이는 그 색안경을 빨리 벗어던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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