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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Dec 21. 2023

조직을 망가뜨리는 사조직의 힘

집단상담에서 친목모임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이유  

상담 공부를 하다보면 집단 상담이라는 것을 배운다. 상담을 1:1로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이 다같이 상담을 받는 형태다. 집단으로 상담을 할 때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서로간에 영향을 주고받고 그것이 상담의 효과로 나타난다. 상담사 개인에게 상담을 받으면 더 밀착해서 개인의 문제에 더욱 밀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상담사가 안내하는 길 외에 다른 방안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차단된다는 한계점이 있다. 반면에 집단상담을 받을 때는 나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사람이 치료를 받는 것을 간접 경험 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다. 그리고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조언을 해 주면서 스스로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게 된다. 집단 상담에서는 이렇게 서로간에 주고받는 에너지로 상담의 효과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단 상담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집단 상담이 긍정적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금기시 되는 사항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별도의 친목 모임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서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다 보면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따로 만나서 친목을 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친목 모임이 순수한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상담의 운영을 방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사람들간의 역동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 지 몰라서 그 짧은 기간에도 여럿이 모여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는 지지해 주고, 또 어떤 의견에 대해서는 호응을 해 주지 않는다던가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집단 상담이 운영이 되지 않는다. 뒤에서 서로 말을 맞추고 온 사람들끼리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특정인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으로 나오게 되면 본래 운영의 취지에 맞게 치유가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집단상담에서는 친목모임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그 자리에서 충분하게 서로 다 나누고 그 밖의 서로간의 사사로운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회사에서도 사조직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집단 상담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번에 영화 '서울의 봄'을 보기 전까지는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하였던 것 같다. 


어느 집단이나 사람이 모이다 보면 그 중에서 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없다면 더 이상할 것 같다. 이렇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 속에서 낯선 집단 안에 녹아들어갈 수 있고, 어려운 회사생활에서 한줄기 빛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회사 내에 친구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있는 경우는 직장생활을 훨씬 더 편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런 모든 인간적인 교류마저 다 금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친목 모임은 조직을 망친다  

문제는 친목 모임이 이익을 목적으로 본래의 집단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다. '서울의 봄' 에서 하나회는 육군 사관학교 출신 중에서도 영남 출신들 위주로 뭉치기 시작한 조직이었다. 당시에는 서로 같은 지역 출신끼리는 비호를 해 주던 문화가 있었는데, 전두환은 싸움으로 대구에서는 최고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직에서 대장노릇을 하게 되었다. 5명이 모여다니던 친목 모임은 점점 더 커져서 나중에는 성적이 좋은 자들 위주로 비밀리에 가입을 유도하는 큰 조직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하나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원 속에서 힘을 더 키워 나갔고, 하나회 소속들 중심으로 군대 내의 주요 요직을 꿰차지 하며 사실상 모든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였다고 한다. 


이들이 감히 나라를 전복시킬 생각까지 하고 이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된 데에는 기존의 육사 10기와의 세력싸움도 무시하지 못한다. 기존에 육사 1기부터 10기까지는 단기 교육만 실시하던 곳이었는데 전두환이 들어간 11기 부터는 4년제 정규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기존의 단기 교육생들 위주로 이루어진 10기까지의 선배들과 같은 선상에서 불리는 것을 거부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무시하는 마음과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경험이 합쳐져서 실제로 기존의 세력들을 모두 배신하고 세력을 잡기 위해 나라를 전복하는 일까지 벌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기존의 육군 선배들은 정식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전쟁에 참전하여 목숨을 바치던 그야말로 진짜 군인으로 존경받아야 하는 분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선민사상에 가득한 11기수들은 선배들을 무시하고 전복을 꿈꾼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잘못된 생각은 잘못된 믿음에서 나온다. 하나회 출신들은 자신들은 정규 4년 교육을 받은 군인이기 때문에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선배들의 지시를 따르고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영화속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웠던 정우성도 이들로부터 사실상 무시당한 선배였다는 합리적 추측이 된다. 


이런 일들은 그런데 현실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실제로 내가 다녔던 회사는 기존의 대우 출신과 GM과 합병된 이후에 들어온 젊은 세대들로 나뉘었다. GM과 합병된 이후에 들어온 직원들은 해외파 이거나 영어가 익숙한 글로벌 인재들이었다. 반면 대우 출신 선배들은 대우가 확장하던 시절 전 세계를 다니면서 직접 영업을 하고 해외 시장에 뻗어나가는 일을 하던 일꾼들이었다. 하지만 GM이 인수를 하고 난 뒤로 새로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대우출신 차장님이나 부장님을 새로운 직원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로 몇 몇 사람들은 불손한 행동조차 정당하다고 믿고 함부로 행동하기도 했다. 


물론 모두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이익 집단에도 다 핑계는  있다는 점이다. 혹시 내가 속한 집단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한쪽으로 치우친 정당함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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