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요의 위력

뭐든 시작은 부담이 없어야 한다.

by 마음정원사 안나

나의 김치찌개 솜씨는 맛이 들쭉 날쭉하다. 어떤 날은 정말 맛있지만 어떤 날은 정말 못 먹을 정도여서 남편은 첫 술을 뜨기 전 항상 긴장을 하곤 했다. 실제로 우리는 한 숟갈씩 뜬 찌개를 통째로 버리고 식빵 조가리로 끼니를 때운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 나도 나의 솜씨를 믿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검증된 맛의 김치찌개'를 만들어보기 위해서 유튜브 채널을 돌려 보다가 백종원의 요리 비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백종원이 알려준 너~~무나 쉬운 레시피로 요리를 해서 남편에게서 역대 김치찌개 중 최고라는 찬사를 들었다.


오늘 유튜브를 틀었던 것도 '중학생도 만든다는 김치볶음밥'을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찜닭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찜닭을 만들어 볼까?'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이 질문은 나에게는 사실 굉장히 파격적인 말이다. 이것은 마치 스키장에서 초보 코스도 겨우 내려오는 쌩초보가 상급자 코스를 타겠다는 말과 같다.


나는 일주일에 요리를 하는 횟수가 네 번을 잘 넘지 못하고 그 네 번중에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한두 번 들어 있으면 어깨를 쫙 펴고 남편에게 집밥이 좋지? 라고 생색을 내는 사람이다. 어째서 그럴 수 있냐면 그나마 나머지 2-3번의 요리는 냉동 볶음밥이거나 돈까스 같은 냉동식품을 데워먹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남편)


그런 내가 평상시 같으면 상상도 못할 '찜닭' 을 만들겠다고 했다.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백종원이 항상 반복해서 "쉬워요~ 하나도 안어려워요~" 라고 하기 때문이다. 어떤 요리라도 백종원이 알려 준다면 하나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요리비책 채널을 보면서라면 불가능의 영역처럼 보이는 찜닭도 쉽게 만들 수 있겠지 라는 생각까지 확장 되었다.


영상을 보니 진짜 쉬워 보였다. 사야 할 재료도 몇 가지 되지 않아서, 나는 가볍게 집앞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온 후 평상시 같으면 절대 안했을 감자 다듬기, 고구마 다듬기, 생강 다지기에 양념 만들기 까지 했다. 시간은 장작 한 시간 반이 걸렸지만 머릿속에는 하나도 부담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요리를 다 해서 내어 놓을 때 까지 '참 쉽게 만들었네' 라는 생각 뿐이었다. 물론 맛은 대 성공이었다! 실패가 없는 백종원표 레시피!!




밥을 다 먹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내 생애 가장 어려운 요리를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쉽다'는 접근법 때문이었다. 사실 뭐든 해보면 그닥 어렵지 않은데 시작 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거나 심적 부담을 너무 많이 가져서 실천에 못 옮기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뭐든 시작은 작고, 부담이 없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하던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못 이룰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백종원은 음식 요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사람 마음을 요리하는 것에도 최고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회색빛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