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나의 몸
나는 그대로인데 내 몸은 계속 변한다
30대 중반을 넘어 가면서 일상에서 아주 신기한 일이 생겼다. 매일 매일 수시로 경험하는 이 신기함이란,,, 겪을때 마다 매번 놀라울 따름이다. 언제부터인가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려면 다리가 바로 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다리가 아닌 다른 곳에 힘을 줘야 빨리 일어날 수가 있다. 하하하하하. 내 몸인데 내 마음데로 안움직이다니 하하하하하. 이건 마치 어렸을 때 양팔을 비틀어서 반대방향으로 깍지끼어 마주잡고 친구가 나의 열 손가락 중 하나를 누르면 그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게임을 할 때 기분과 같다. 분명히 내 두 눈으로 똑바로 보고 있고, 심지어 그 손가락을 눌러서 촉각까지 느껴졌는데도 엉뚱한 손가락이 올라갈 때의 기분이란! "그것은 신기한 과학 놀이" 였다. 근데 그 신기한 반응 놀이를 매일 겪고 있다니. 하하하하
항상 날쌘돌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라고 운동을 하면 뭐든 선두에 섰던 나였기에 여자였지만 한번도 내가 약하거나 뭔가 내 마음데로 몸이 안움직인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런 내 몸의 느리고 뭔가 단절된 것만 같은 이상한 반응이 신기하기만 하다. 하하하 부디 10년 뒤에도 절망하지 말고 계속 신기하게 느끼기를... ㅠ
생각해 보면 나는 내 몸이 항상 낯설었다. 청소년기가 되면서 갑자기 어른들과 키가 같아졌을 때 어른들이 나에게 존댓말을 해 오기 시작해 온것 만큼이나 갑자기 변한 내 몸이 낯설었다. 20대가 되면서 29살까지는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었는데 뭔가 나날이 젊어지는 것 같은 희안한 몸의 상태가 매일 낯설었다. 그리고 이제 30대 중반이 되면서 집에서 화장을 안하고 있으면 진짜 못봐주게 되어버린 내 얼굴도 낯설다. (나는 화장을 한 내 얼굴이 진짜 내 얼굴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크하하하하)
우리 몸은 수시로 바뀌어서 익숙해 지려 하면 또 다시 변하는 것 같다. 지금 이제 막 시작되는 나의 노화가 이렇게 낯선데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스스로가 얼마나 낯설까? '거울을 보니 왠 할머니가 서 있더라' 는 엄마의 말이 갑자기 짠하게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