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정원사 안나 Jul 21. 2020

퇴사 1년. 돈은 언제 벌까?

다양한 삽질의 기록

이제는 빼박이다, 퇴사한지도 1년이 되었다.

7월은 내가 퇴사 한지 꼭 1년이 되는 달이다.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호기롭게 회사를 나와 그동안 혼자 각종 삽질을 한 세월도 한 해가 되었다. 퇴사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직장에서 내가 받는 월급이 과연 정말 나의 능력과 비례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도 포함했다. 내가 특별히 대단한 능력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만큼 많은 돈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 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진짜 제대로 나의 능력을 발휘한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월급에 대한 나의 의심은 끝이 없었고, 내가 나의 능력을 검증해 보기로 결심한 방법은! 맨몸으로 사회에 뛰어들기!!! 였다.


다양한 삽질의 기록

맨 처음에는 숨어 있는 고수 마사지사를 찾아서 몸이 아픈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실력은 있지만 영업력은 없는 마사지사들도 살리고 진짜 몸이 아파서 치유가 필요한 사람도 살리는 윈윈 전략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맹인 마사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어야 했다. 두 번째로는 양말 사업을 준비해 보았다. 양말에 한국 문양을 넣어서 차별화를 시켜보자는 야심 찬 계획으로 약 2달간 혼자 전통 문양 책도 사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워가면서 직접 디자인도 해 보았다. 하지만 내 관심 분야도 나의 특기도 아닌 제품을 단지 쉽게 돈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은 오산이었다.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퇴사 10개월 차였다.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터지고 마스크를 만들어 팔려고 해 보았다. 집에서 제단 해 보고 공장도 알아 놓았다. 샘플실을 찾아서 제품까지 받아 보았지만 나와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들이 7천 개도 넘게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차별성 없는 제품으로 포화된 시장에 뛰어들어봤자 본전도 못 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답답하고 절망적인 마음에 점이라도 보러 가야 할까 싶었다. 그러다가 점쟁이한테 물어볼 돈과 에너지면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 올려서 사람들의 조언이라도 들어보자! 하고 생각이 되어 나의 구구 절절한 사연을 올려 보았다. 다시 직장에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부터 기존에 생각했던 아이템을 살려 보라는 말까지,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와 닿는 것은 '당신이 진짜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이었다.


내 욕심이건 세상의 기준이건 다 내려놓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내가 정말 잘하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주거나 느낀바를 썼을 때 사람들이 진심으로 감동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대학교 때 외국인 기숙사 친구에게 작별 인사로 써준 카드를 읽고 노르웨이 친구가 우는 것을 보고 나머지 아이들이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던 장면이 기억났다. 내 영어 실력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런 문장력으로 낯선 노르웨이 룸메이트를 울렸으니 궁금하지 않았겠는가.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는데 어떻게 알고서 신부님이 사람들 앞에서 읽어 주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 그건 거 같다. 나는 나서서 사람들을 진두지휘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서 업무 효율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잘 못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런 일을 '해야만'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서 괴로웠다 ㅠㅠ)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을 쓰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미루어 두었던 브런치에 작가 지원 글을 올렸다. 그리고 양말 론치 준비로 운영하던 인스타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책 리뷰도 별도 계정에 파서 따로 만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브런치에 작가로 선정이 되었고, 책스타그램이 흥했다. 양말로 인스타 계정을 운영할 때는 99개를 포스팅해도 팔로워가 50명이 되지 않았는데 책스타그램을 하니 50개 포스팅에 500명의 팔로워가 생겼다. 블로그에 올리면 하루에 6명도 읽지 않는 글이 브런치에 올렸더니 4만 명이 보고 갔다. 아, 이게 내 길인가 싶었다. 방황하는 시간이 중간중간 있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하루에 하나씩 포스팅하는 것을 목표로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팔로워 수가 놀라운 속도로 올라갔다.


다시금 초조해지는 마음

좋은 반응이었다. 좋다. 지난 1년간은 물속에서 아무리 팔을 저어도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가 팔을 휘젓는 만큼 전진하는 기분이었다. 좋은데 근데 돈은 언제 벌지? 이제 일 년이 되었단 말이다 ㅠㅠ 남편에게 퇴사하면 돈을 훨씬 더 많이 벌거라고 떵떵거리고 퇴사했는데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내가 수익을 1원도 창출하지 못한다는 것은 좀 절망적이다. ㅠㅠ  아마도 콘텐츠 창업자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콘텐츠는 열심히 만들고 있고, 팔로워 수도 늘고 있는데 수익은 어떻게 내는 거지?......


아직 600명가량의 팔로워 만으로 뭔가 수익성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 성설 일 수도 있지만, 푼돈이라도 벌어 보고자 노력하는데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다. 자꾸 내면에서 '나는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없어서 안 되는 건가?' '똑똑해야 돈버는데 나는 모자란 사람인가?' 하는 개연성 없는 자괴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근데 이제 안다. 이런 자괴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상으로 부정적 기운을 멀리하고, 다시 하던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 우유에 빠졌을 때 계속 팔다리를 휘젓다 보면 버터라도 만들어진다고 하던 이야기가 있지 않던가. 뭐라도 만들어지겠지...ㅠㅠ

돈 벌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명상의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