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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Jul 28. 2020

그 사람이 당신에게 화내는 진짜 이유

원인은 당신이 아니다. 

어렸을 때는 혼나거나 누군가 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해 오면 모두 나에게 잘못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허둥지둥 내 행동을 돌아보며 고쳐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유도 잘 알지 못한 채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은 상대방이 화가 날 행동을 해서 인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하는 대화는 사실 대부분 화내지 않고서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차분하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강력한 경우도 많다. 화는 대화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아니고 발전을 위한 유일한 해법도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화를 내고, 왜 상대방에게 불친절하게 구는 것일까?




첫 번째로 화가 폭발하는 사람의 경우는 분노 조절 장애가 있을 수 있다. 이건 기질적인 문제로 이런 사람이 화가 났을 때는 대부분 사안의 중대성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기질적 문제의 중대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어찌 보면 이런 사람들의 화는,, 순수하다? 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으면 후회할 중생에게 당장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우선 분노를 가라 앉힐 수 있도록 돕는 게 현명하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잘 다뤄주면 순한 양처럼 변해서 상대방에게 더 지고지순해질 수 있다.


두 번째로 별것 아닌 말이 상대방에게는 트라우마의 트리거로 작동할 수 있다. 가끔 보면 정말 의도치 않은 말에 크게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친구는 보통 사람들이 문장 끝에 별생각 없이 붙이는 'ㅎㅎㅎ'를 비웃음이라고 오해했는데, 그 밖에도 트리거가 굉장히 많았던 그 친구와 대화하기는 지뢰밭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트라우마로 인해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기란 어려웠다. 트라우마가 많이 있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대화의 자유로움을 포기해야 한다. 굉장히 한정된 루트로만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좁은 길 걷기를 해보자. 좁은 길이 싫으면 거리를 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셋째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화를 내기 쉽다. 서빙하는 직원이 테이블에 물을 엎질렀다고 해 보자.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웃으면서 '괜찮아요. 어차피 마르면 티도 안 나요'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라면 벌떡 일어나서 웨이터의 멱살을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컨디션은 특히 상대방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 대학교 때 한 친구가 소개팅에서 너무나 멋있는 남자를 만났는데 젠틀하기 그지없어서 비현실적이었던 그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내서 친구가 멘붕에 빠졌었다. '나에게 왜 화를 내지?' 하고 고민하던 그녀가 발견한 패턴은 '제때 밥을 먹지 못하면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고 내 몸을 스스로 돌볼 줄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사람은 굉장히 컨디션에 많이 좌우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전날 밤에 잠을 잘 잤는지 악몽을 꾸지는 않았는지,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섭취했는지, 충분히 휴식했는지에 따라 일의 효율과 감정선이 크게 달라진다. 대부분 사람들이 전날 수면 상태에 따라 다음날 컨디션이 좌우되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남자들 같은 경우는 식사 유무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사람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사고의 흐름이 다르다. 멀쩡히 회사 사무실에 나와서 똑같이 앉아 있다 하더라도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 밤새 부부싸움을 하고 나온 사람, 베풀며 사는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메마르게 자라서 자기것을 안챙기면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크게 사기를 당해서 사람을 못 믿는 사람 등등 우리가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수십 가지의 각자 다른 히스토리가 엮여 있다. 같은 사안을 보고도 각자 다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이런 배경을 이해하고 상대를 바라본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서는 무조건 자신의 잘못으로 일차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진짜 해결 방법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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