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을 구할 때는 경험이 없어 잘 모르지만 이직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직장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이 말에 한 번쯤 고개를 끄덕여 보았을 것이다. '직장을 찾는 것은 결혼할 사람을 찾는 것과 같다.'
직장에도 궁합이 있다.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의 유사점
우리는 결혼할 때 잘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사실 행복한 결혼을 보장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객관적인 스펙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잘생기고 능력이 출중하고 돈이 많다고 하여도 나와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반대로 외모가 1등은 아니어도, 직업이 억대 연봉이 아니어도, 나와 같은 삶의 지향을 가졌을 때, 서로의 취향과 유머 코드가 통할 때 둘은 좋은 짝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가끔 상대의 좋은 스펙만 보고 결혼했다가 불행한 결혼생활로 이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근데 이 이야기는 결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Photo by Vitor Pinto on Unsplash
우리는 종종 회사의 빛나는 인지도와 뛰어난 복지 조건을 보고 취업을 했지만 그 회사 안에서 삶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들을 본다. 내 주변에서도, 전 회사에서 임원들에게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며 고속 승진을 한 A 씨는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이직했는데 적응을 하지 못하고 1년 만에 나왔다. 그리고 이혼의 상처는.. 여러분도 알지 않는가? 성공가도만 달리던 그분에게 자신과 맞지 않은 조직문화에서의 1년 생활은 자존심에 상당한 스크레치를 낸 것 같았다. 근데 놀랍게도 그 기업은 처우는 물론 기업문화가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서로 안 맞으면 그만인 것이다. 잘난 사람끼리 결혼해서 이혼하는 것이 이런 케이스 아닐까?
회사라고 같은 회사가 아니다
가정마다 서로 다른 문화가 있듯이 기업마다 다른 문화가 있다.
신기하게도 회사마다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하게 다른 문화가 있다. 그리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문화는 결국 어떤 사람이 리더로 있느냐로 인해 달라진다.
문화는 틀에 넣어 굳힌 콘크리트 판과 같아서 회사가 생기고 처음 몇 년 안에 굳어진다. 그 판에 찍힌 손자국은 창립자의 신념, 목표, 가치다 - 조슬린 데이비스 '인문학 리더십' -
사실 조직의 구심점이 되는 리더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내가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는 한 두 명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구성원들이 동일하다면 윗사람 한 명이 바뀌 더라도 같은 조직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청년 활동을 하며 몸담았던 성당에서 신부님이 바뀌면서 같은 성당이 완전 새로운 전혀 다른 조직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한 뒤로는 대표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말씀 중심의 신부님과 행정 중심의 신부님
신부님에 따라 달라진 성당 문화
내가 몸담고 있던 성당은 신도가 5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성당이었다. 이 성당을 처음부터 일구어 오신 첫 번째 신부님은 따뜻하고 인자하시며 말씀을 중요시하시는 분이셨던 분이셨다. 신부님의 감동적인 말씀을 듣기 위해 멀리 다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왔고, 미사 때면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밖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서 말씀을 듣곤 했다. 하지만 배우들이 연기 이외에 나머지 일들에는 서투른 것처럼 신부님은 말씀 이외의 업무 처리에 있어서는 약하셨고, 같이 일을 하시는 분들은 정리되지 않은 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성당 재정이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Photo by Mateus Campos Felipe on Unsplash
그다음에 오신 신부님은 기업 사장처럼 행정처리를 중요시하고 말씀은 간결하게 하시는 분이셨다. 이 신부님께서는 일 년 치 계획을 한 해 전에 꼼꼼하게 계획하시고, 성당 내부 시설 등도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하셨다. 낙후된 시설들은 교체되고 불편한 것들은 보완하여 성당 전반이 더 쾌적하고 깔끔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신부님의 칼 같은 업무 처리는 한편으로는 냉정하고 차가운 언행으로 표현될 때가 있어 이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말씀도 최대한 간결하게 하시다 보니 기존에 구름 떼 같이 몰려오던 신자들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새로운 신부님의 성향에 따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고, 이런 분위기가 맞지 않는 사람들은 성당을 떠나기도 했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성당에서도 대표 격인 신부님에 따라 성당 전체의 문화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어린 나이에 리더의 중요성을 매우 실감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 두 분 중 어느 쪽이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두 분 다 각기 장점을 가지고 계셨고, 그저 달랐던 것뿐이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이 괴로운 이유는 내 탓이 아닐 수 있다
가끔은 나에게 더 잘 맞는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가 일하는 회사도 대표에 따라, 그 팀의 임원의 성향에 따라 매우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곳이 맞고 틀리다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옳고 그르다로 단정 짓기 어려운 것처럼, 내가 지금 이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못하고는 그저 다른 문화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