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은 일,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 등등 말이죠. 그리고 지나간 상처는 두고두고 묵직하게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슬픔과 후회, 고통 등을 그대로 마음에 담아둔 채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떠올릴 때마다 가슴 아프게 자신을 질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는 후회하고 질책한다고 해서 바꾸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하지만 그것에 매몰돼서는 아닙니다. 대신, 과거를 애도하고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과거를 돌아볼 때 그때 당시 나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직장 상사가 행사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당신에게 "아직도 청소를 다 하지 않고 뭐했어?"라고 질책했다고 해 봅시다. 당신은 상사가 지시한 일 외에도 수만 가지 일로 어려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그분이 지시한 일을 하느라 밤늦게 까지 일하고 있다고 해 봅시다. 그 상황에서 뒤늦게 나타난 상사의 한마디는 충분히 상처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억울한 마음만 가득할 뿐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다면 어떨까요? 그 당시 상황과 나의 느낌을 떠올려 봅시다. '나는 상사가 나를 질책했을 때 슬픈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나는 중간중간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모두 혼자 처리해야 해서 힘겹게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사에게 바라는 바를 연결 지어 생각해 봅니다. '나는 상사가 내가 처한 어려움을 인정해 주고, 나에게 질책하기보다는 격려를 해 주었으면 했다'라고 말이죠.
당시의 상황, 나의 느낌, 내가 바랬던 욕구를 떠올려 봅니다.
이때 단순히 '직장 상사가 잔소리하니까 짜증이 났다'라고 하면 과거에 대한 애도가 되지 않습니다. 그때의 상황과 그 상황으로 인한 나의 감정, 그리고 내가 바랬던 욕구를 나누어서 생각해야 나의 슬픔에 충분히 공감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나 자신을 더 이상 질책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대신, 그때 나의 욕구를 존중하고 상황을 더 바람직하게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때 그저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서서 상사를 원망하기보다는 나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고, 상사가 시킨 일을 처리하기 위해 열심히 했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처리하기에는 많이 힘들었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상사도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는 직원을 더 나무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지시한 일이 왜 처리가 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어서 이해도 되었겠죠. 이렇게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대처를 그려보고 그렇게 행동하여서 문제가 해결된 기분을 상상하는 것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상처를 치유합니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종종 말하는 애도 프로세스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애도를 하면 상대에 대해서도 연민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상황과 나의 감정을 분리해서 생각하면서 그 상황에서 상대방이 처한 입장까지도 생각해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상대의 무례한 행동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비록 그것이 그 사람 본인이 안고 있는 콤플렉스나 심리적인 강박 등에 의한 것일지라도 말이죠.
과거를 애도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앞으로 내가 직면할 상황에도 현명하게 대응할 수가 있습니다. 무턱대로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바람과 욕구를 숨기고 억울함을 안고 살아가기보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욕구를 알면서 나의 바람을 담백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힘. 그것이 과거를 애도함으로써 우리가 얻게 되는 삶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