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 버리는 훈련
심리학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자아(Ego)와 자기(Self)로 구분하는데요, 자아는 의식에 가깝고, 자기는 무의식에 가깝습니다. 자아(Ego)는 스스로를 의식하여 사회의 룰에 맞춰서 행동하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을 하지 않게끔 도와줍니다. 근데 자아는 나 자신을 사회에 적합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도와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두려움과 집착, 지배욕, 명예욕으로 스스로를 속박시키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신경증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고통으로부터 저항하려고 하는 신경증적 자아
신경증적 자아가 스스로와 주변 사람을 괴롭게 하는 원인은 '저항하려는 성질'에 있습니다. 저항하려면 할수록 더욱 괴로워지는데요, 쥐덫에 걸린 동물이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릴수록 더욱 옥죄어 오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신경증적 자아가 저항하려고 하는 측면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Fear, Attachment, Control, Entitlement. 두려움과, 집착, 지배욕, 명예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향한 마음은 고통을 자아내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감정의 저항을 내려놓는 훈련을 할 때 우리는 괴로움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Fear (두려움) 은 자신이 상처 입기 쉽다는 것을 인정하면 사그라들게 됩니다.
Attachment(집착)은 헌신하면서도 누군가를 사로잡으려고 하지 않음으로써 풀릴 수 있습니다.
Control (지배욕)은 남을 지배하려는 속성에서 남을 위해 일하는 속성으로 바꾸면 풀립니다.
Entitlement(명예욕)은 스스로를 배려할 권리를 주장하고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풀어집니다.
요즘 예능을 보면 이런 신경증적 자아의 반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소재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울끈불끈 건장해서 두려울 것 없어 보이는 남자가(Fear) 바퀴벌레를 무서워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애지중지 하는 자식이(Attachment) 아빠보다 옆집 아이가 더 좋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허허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줄 때, 시청자들은 신경증적 자아를 내려놓는 모습에서 같이 편안함을 느끼고 즐거워합니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자
우리는 대게 고통스러운 감정을 거부하려고 합니다.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피하고 싶고, 거절당했다는 아픔을 잊어버리고 싶고, 누군가 나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빨리 보복하고 싶고, 당사자에게 화를 내고 싶고 기억에서 지우고자 발버둥 칩니다. 그런데 David Richo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수용하라고 합니다.
거부당할 때는 자신이 거부당한 사실과 그로 인해 상처 받은 것을 인정하고 슬퍼하도록 내버려 두라. 그러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만큼 강해진다. 우리는 자신이 슬픔, 분노, 두려움을 느끼도록 내버려 두고 이것들로부터 구제받기를 갈구하는 대신 이것을 인간 존재의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자유로워진다. "나는 인간이다. 인간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런 일은 얼마든지 나한테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은 내 안에 있고 함께 살아갈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야이 바보 멍청이야"라고 했을 때 열을 내면서 "야 그러는 너는 비열하고 야비한 인간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래 나 바보 멍청이야"라고 하면 상대방이 더 힘 빠지게 되면서 나도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아는 세상이 늘 공평하지 않고, 고통스럽고, 우리가 외롭고 쓸쓸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지만 삶의 고통스러운 면이 그 자체로 악은 아닙니다. 우리는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흐르게 놔둠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른의 태도입니다. 고통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 고통에 더욱 민감해질뿐이라고 합니다. 고통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통에 대응한다는 뜻입니다. 대응은 깨어 있다는 것, 즉 현재를 두려움 없이 의식하기를 계속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David Richo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는 다음에 더 이어집니다.
* David Richo의 '내 그림자가 나를 돕는다'의 내용을 발췌, 편집하였습니다*
* 인스타그램에서 인간관계와 심리학에 관란 책을 리뷰합니다. --> https://www.instagram.com/2020book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