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글이 시작되는 곳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회귀의 과정을 거친다.
한 편을 다 쓰고 나서, 나는 늘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읽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문장이 서로 붙지 않는다.
글이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글을 읽는 이도, 글을 쓴 나도 편하지 않다.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는 기분이다.
건너기는 하지만 중간 중간 어딘가 불안정하다.
균형을 잡기 어렵고,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읽기란 본디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 일인데도
나는 그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왜일까?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하나의 답을 내렸다.
내 글에는 강한 문장이 없음을 느낀다.
강한 문장.
그건 무엇일까?
내가 내린 정의는 이렇다.
강한 문장은 술술 읽히는 문장이다.
그리고 말하듯 쓰여진 문장이다.
말하듯 쓰는 글은 누군가를 앞에 두고 이야기하듯 쓰는 글이다.
가식이 없다.
과장이 없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편하다.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
강원국 작가님의 책 제목처럼
이제 나도 말하듯이 쓰고 싶다.
그렇다면 말하듯이 쓰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문장이 간결해야 한다.
길고 복잡한 문장은 이해를 방해한다.
형용사와 부사 같은 꾸밈말은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접속사는 문장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넣는다.
‘정말’, ‘매우’, ‘진짜’ 같은 강조하는 표현도 과하면
정작 중요한 메시지를 가리게 된다.
둘째, 단문을 써야 한다.
단문은 주어와 서술어가 한 번씩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글을 쓴다.”
이처럼 짧고 분명한 문장이 핵심을 드러낸다.
셋째, 쉽고 일상적인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선택하자.
글을 쓸 때 우리는 종종 멋지게 쓰려는 욕심에 빠진다.
생소하고 낯선 단어를 일부러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단어들이 독자에게 닿지 않는다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글은 실패한 것이다.
말하듯 쓰는 글이 익숙해져야
매끄럽고 아름다운 문장도 가능해진다고 작가들은 말한다.
이제 나는 그 말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그 시작은 결국
진심을 담은 단순하고 깔끔한 문장
말처럼 자연스러운 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서툴다.
하지만 오늘도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한 문장씩 써 내려 가본다.
징검다리 같은 글이 아니라
단단하게 이어진 다리 같은 글을 꿈꾸며 키보드를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