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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처럼 글을 쓴다.

한 줄의 글이 시작되는 곳

by 마음부자

뚝배기처럼 나의 글쓰기를 끓인다.


"서두르면 느리게 가는 것보다 오히려 느리다."

이 짧은 문장 속에 얼마나 많은 인생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는 때로는 너무 서두른다는 것을 느낀다.

마음이 앞서고

열정이 앞서고

그래서 금방 뜨겁게 끓어오른다.

하지만 너무 빨리 끓는 물은 금세 식어버린다.

금방 사그라진 불꽃 또한 그 따뜻함도 오래가지 않는다.

열정이 불씨가 되기 전에 꺼져버리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 허다하다.


앞서가는 어른들은 말한다.

"양은 냄비처럼 살지 말고, 뚝배기처럼 살아라."

양은 냄비는 금방 끓지만 반면에 금세 식어버린다.

그 순간은 빠르고 편리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싸늘하게 식어버린 마음처럼 허해진다.


뚝배기는 다르다.

처음엔 답답할 만큼 느리고 속이 터진다.

불을 최대로 끌어올려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번 끓기 시작하면 오래도록 따뜻함을 품는다.

그 안의 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맛을 낸다.

그 속에는 기다림의 온기와 느림의 가치가 담겨있음을 알게 된다.

글쓰기나 우리네 인생처럼





글쓰기도 그렇다.

어떤 날은 문장이 술술 나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노트북의 빈 화면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덮는 날도 있다.

매일같이 써야 한다는 압박은 오히려 글을 쓰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쓴 피에르 쌍소는

느림은 속도가 아닌 삶의 깊이에 대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쓰지 않아도 괜찮다.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을 놓지 않는 것.

그 마음을 따뜻하게 늘 간직하고 품고 있는 것.

그게 바로 뚝배기 같은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 관계도

인생도

글쓰기처럼


우리는 종종 인생을 너무 빠르게 편하게 살려고 한다.

인간 관계도 단숨에 깊이 있게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서 결과를 성급하게 바라며 자신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인생도, 인간 관계도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진짜 친구가 되기까지는 하루 이틀이 아닌, 술 한 잔이 아닌, 여행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그러하듯이 글 한 문장을 쓰기까지도 수많은 머뭇거림과 망설임이 필요하다.






나의 글쓰기는 어떤가 되돌아본다.

지금 나는 내 삶을

내 글쓰기를

양은 냄비처럼 하고 있지는 않는 것인지

아니면 뚝배기처럼 천천히 그러나 진국처럼 끓이고 있는 것인지

나에게 물어본다.

나를 살펴본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때론 쉬어가도 괜찮다.

뜨겁게 지속되는 것은 언제나 천천히 끓어오르니까.

오늘도 나의 글쓰기는 뚝배기처럼 끓는다.


조금 느리더라도

오래도록 따뜻하게

진심을 담아 천천히 이어가 본다.


멈춰 선 순간에도

그 안엔 의미가 있고

머뭇거린 문장 속에도

나의 진심은 머물러 있음을 믿으며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나의 온도를 지켜내어 본다.




이제 막 브런치에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이 또한 서두르는 게 아닌가 한참을 고민했다.

저마다 작가라는 호칭이 걸맞는 글들을 쓰는데

과연 내 글이 이 브런치와 어울릴까하며


글을 써서 올리기까지 수십번의 망설임을 한다.

독자들이 비웃지는 않을까하고

깜냥도 안 되는데 시작한 건 아닌지 하고

그러면서 두번째 발행을 클릭한다.


이 용기가 무모한건지를 다시금 확인해본다




그림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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