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간만에 넓고 시원한 17호 치료실에서
오후 첫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져
“아, 그 여자 환자분은 안 보이시네요?” 하고 여쭸다.
그 순간, 치료사 선생님들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설마요…?”
“예…”
한 달 전, 한창 더웠던 여름날 오후.
치료실에 들어서려는데,
다른 치료사 선생님께서 급하게 양해를 구하셨다.
“혹시 오늘은 다른 방에서 치료받으시면 안 될까요?”
“왜요?”
“아… 제 환자분이 너무 더위를 타서 치료를 못 받으시겠대요. 미안합니다…”
순간 마음속으로는,
‘젠장, 나도 더위를 많이 타는데…’ 하는 표정이 나도 모르게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본 그 여자 환자분은
낙담한 얼굴로 “저 그냥 병실로 올라갈래요” 하고 돌아서셨다.
너무 기운 없어 보이셨다.
그래서 얼른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옮겨드릴게요.”
그렇게 해서 그 뒤로 한 달 동안,
나는 오후 첫 시간마다 더운 방에서 치료를 ‘견뎌냈다.’
나름 뭐, 괜찮았다.
그 환자분과는 이전부터 복도에서 여러 번 인사를 나눴다.
50대 후반쯤 되어 보였는데,
표정이 참 인자하고 따뜻했다.
그냥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만 해도,
언제나 사람 좋은 미소로 답해주셨다.
마치 경주에서 보았던 미소 짓는 토기 속 얼굴처럼.
오늘에서야 알게 된 사실은,
그분은 몸이 빠르게 굳어가는 병을 앓고 계셨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정말 몰랐다.
어느 순간부터 기운이 없어 보이셔서
그저 “식사 많이 챙겨드세요”라는 말만 전하곤 했는데…
만약 그때 내가 양보하지 않았다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