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이 우리 가족의 웃음과 온기로 가득해지기를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고, 더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호흡이 긴 드라마를 볼 여유가 없어서,
드라마는 내 곁에서 한참 멀어졌었다.
그러다가, 최근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최근 내 경험과 오마주 된 장면이었다.
젊은 애순이와 관식이가 아이들을 키우며 고생 끝에 드디어 집을 장만하고, 그 집을 바라보며 굉장히 벅찬 마음으로
"우리 이제 집도 있고 배도 있다. 우리 진짜 미쳤나봐. 나 너~~무 좋아"
라고 말하는 애순이의 표정.
나도 그 애순이의 그 벅찬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고스란히 이해가 되어 눈물이 났다.
나는 결혼 전에는 백화점 다니는 것만 좋아했었고, 경제관념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4년 만에 보석 같은 아이가 둘이 되었고, 우리 딸과 아들이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좋을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행동파인 나는, 둘째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 6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틈틈이 시간을 내어 20곳이 넘는 아파트를 임장 다녔다. 한 곳, 한 곳 다닐 때마다 마음속으로 우리 네 식구가 함께 하는 미래를 그려보았다.
집도 인연이라는 게,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그 집은 이상하게도 보러 가기 3일 전 밤부터 그냥 뭔가 매수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요일 오전이 집을 보기로 약속한 날이었는데, 갑자기 전날 밤에 7개월 동안 내놓았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던 기존 집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그분은 무엇이 그리 마음에 쏙 드셨는지 바로 가계약금을 보내셨다.
다음 날 아침,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렸고, 이제 막 5개월이 된 둘째를 엄마께 맡기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을 보러 나섰다. 그런데 그 집을 보자마자, "아 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가계약금을 보냈다. 그리고 가계약금을 입금하고, 5분 뒤에 토허제가 해제되었다는 기사가 떴다(물론 지금은 더 넓은 범위로 토허제가 지정되었긴 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 오전에 새로운 집 매수 계약을, 오후에 기존 집 매도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모든 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날 밤 아이들을 재우고, 나는 선뜻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꿈만 같았다.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이사 갈 아파트 근처를 지나갈 기회가 있었다.
그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는데, 너무나도 감격스러워서 울컥 눈물이 났다.
그곳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우리의 애쓴 시간도 녹아 있고, 우리의 행복한 미래도 담겨 있는 곳이었다.
그 집이 주는 울컥함은, 나와 나의 가족이 걸어온 시간, 그 무게와 깊이가 다 녹아 있기 때문이었다.
남편과 나 둘의 힘으로 온전히 일궈낸 우리 집.
이루었다는 감정도 있고, 애쓰고 고생했던 지난날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제 시작된 새로운 시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이 공간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야?
"그냥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아파트 단지 내를 산책하고 싶어.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그 모습 상상만 해도 너무 따뜻하다.
분주하게 집을 알아보던 시간과 달리, 이제는 느긋하게 단지를 걸으며 아이들과,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평화로운 하루.
아이 손을 잡고, 남편과 눈을 마주치며 웃고,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 잘 왔구나"하고 속으로 되뇌는 그런 순간들.
그게 바로 집이 주는 진짜 위로이자 보상이 아닐까. 그 길 위에서 너희 가족의 계절들이 차곡차곡 쌓일 거야.
우리 네 식구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네 식구가 함께 웃고 기대어 쉴 수 있는 집, 그 안에서 매일매일 소중한 평범함이 쌓여가기를 바란다.
그 집이 우리 가족의 웃음과 온기로 가득해지기를. 지금 이 따뜻한 시작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