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엄마를 향한 자장가

그날 밤 아이의 포근하고도 다정한 사랑이 엄마에게 닿았다

by 다정한 마음결

첫째 아이가 올해 들어 생떼를 부리는 날이 잦아졌다.

오늘도 시작은 사소했다.

밖에 외출하고 와서 바로 샤워하기로 했는데, TV 한 번만 보고 샤워한다고 하길래 허용해 주었다.

TV를 다 보고 이제 샤워하러 가자고 했더니, 이제는 저녁을 먹고 샤워하자고 한다.

나는 샤워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이에게 안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하였으나 전혀 통하지 않고 계속 생떼를 부리길래 결국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런데 저녁을 다 먹고 나니 이제는 책을 한 권 읽고 싶다고 하길래, 더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이건 핑계라고 얘기하며 허용하지 않자 그제야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샤워를 하면서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보자, 아이는 배고파서 저녁을 먹고 샤워하고 싶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정말로 배고파서 저녁을 먹고 샤워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엄마에게 너의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엄마도 당연히 들어주었을 거야. 엄마는 네가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길래 샤워하기 싫어서 계속 핑계만 대는 줄 알았어" 이렇게 이야기하였더니, 아이는 앞으로는 그렇게 한다고 한다.


진짜 아이의 말이 맞는지, 핑계였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해 봐도, 많은 육아서를 읽어봐도 내 아이의 육아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오늘 밤

아이와 씨름하느라 평소보다 많이 피곤하였던 나는, 아이에게 "엄마 먼저 잘래. 00 이가 엄마 재워줄 수 있어?"라고 물어보았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물어본 게 아니라, 너무 피곤해서 진짜 먼저 잠들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얘기하면 아이도 엄마 그래 자자고 할 것 같아서 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 그럼 누워봐. 내가 재워줄게"라고 말하며,

먼저 어떤 인형을 들고 자고 싶은지 물어보길래 "나는 노란색 토끼 인형을 들고 자고 싶어"라고 했더니 그 인형을 나에게 안겨준다.

그리고는 "엄마! 이제 내가 자장가 불러줄게"라고 말하며,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지막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지금의 상황과 잘 어울리는 가사가 내 귓가를 간질였다.


엄마를 보면 나도 몰래 뛰어가 안기고 싶어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음 음 사랑이죠


예쁜 주옥같은 노래를 부르며 아이는 내 등을 토닥토닥해 주고, 동그랗게 쓰다듬기도 하며 정말 진심을 다해 재워주었다.


아이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따뜻했다.

아이는 진짜로 나를 재우려는 듯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지만 귀여운 발음으로 진심을 다해 끝까지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이의 손길과 목소리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든 걸 다 잊게 만들어주는 그런 기적 같은 순간.

가사가 너무나도 예뻐서 검색해 보니 저 노래의 제목도 "사랑"이었다.


그날 밤 아이의 포근하고도 다정한 사랑이 엄마에게 닿았다.

그 밤은 정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던
아이의 나지막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
아이의 포근하고 따뜻한 손길,
순수하고 맑은 가사,
내 품에 있던 인형까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애순이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