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균열

본능을 거스르며 산다는 것

by 다정한 마음결


나는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워킹맘이라는 제도는 인류의 본능을 거스르는 제도'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본능', 그리고 '모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본능(本能, instinct)

1.[생명] 어떤 생물 조직체가 선천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동작이나 운동. 아기가 젖을 빤다든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행동 따위이다.

2. [심리] 어떤 생물체가 태어난 후에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모성(母性, maternal instinct)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정신적ㆍ육체적 성질. 또는 그런 본능.


여성이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경험은 인류가 수천 년간 해온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

생물학적으로도 아이는 뱃속에서부터 엄마랑 긴 시간 교감을 하고,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엄마 젖을 빨고, 자연스럽게 엄마 냄새를 찾아 엄마 품을 파고든다. 그리고 엄마도 자연스럽게 아이 품을 파고든다.

그래서 엄마가 아이를 찾고, 아이가 엄마를 찾는 것은, 교육이나 경험이 없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인 것이다. 그런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일하는 엄마, 워킹맘'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일하는 시간에 아이를 기관에, 할머니께, 시터에게 맡기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엄마도 아이도 서로를 원하고, 서로를 통해 자라고 있는데 그걸 물리적으로 끊고 사회의 시스템과 시간표에 맞추어 버텨내야 한다.


첫째 아이는 요새 유치원 차에 탈 때마다 운다. 이유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유치원에 가면 엄마를 못 보니까'이다. 그래서 예쁜 딸아이는 유치원 차를 탈 때 "엄마 사랑해~~"하고 절절한 사랑고백을 하면서 탄다.


오늘은, 아이가 우는 모습이 유난히도 힘들어서 선생님께 잠시 상담을 요청드렸다.

선생님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간 많이 힘들었나 보다.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님도 우시잖아요. 어머님도 이렇게 속상해서 우시는데, 아이가 왜 계속 울지? 안 울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가 우는 슬픈 감정을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게 어떠실까요. 저도 오늘 아이에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엄마랑 떨어져서 슬픈 건 당연한 거야. 엄마랑 떨어지면 보고 싶으니까 속상하고, 속상하니까 눈물이 나고. 그건 당연해~ 울어도 괜찮아. 하지만, 유치원에서 좀만 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고, 신나는 일도 많지? 그렇게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즐겁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가고, 또 하원하게 되면 엄마를 만나잖아~! 보고 싶은 엄마를 볼 수 있는 거야~!'"


사실 첫째 아이는 나를 많이 닮았다.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잠시 슈퍼에만 가도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엉엉 울었다.

친척들에게, 동네 사람들에게 아주 유명한 엄마바라기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왜 우는지 너무나도 잘 알겠고, 나조차도 사실 아이랑 매일 아침 헤어지는 순간이 어렵다. 기에 오늘 선생님께서 해주신 얘기는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콕콕 박혔다.


그런 내가 '아이 둘을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본능을 거스르는 삶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안에는 성취 욕구, 인정 욕구 등을 가지고 있는 나 자신도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내 안에는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모성 본능이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생후 7개월 밖에 안된 둘째를 두고 복직한 지 한 달 차.

요새 나는 일과 육아 사이의 '균형'이라기보다는 일과 육아 사이의 '끊임없는 충돌'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일을 통해 얻는 의미와 성취감이 있겠지만, 그만큼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놓치면서 느끼는 상실감과 괴로움도 큰 것 같다.


오늘은 유난히도 피곤한 하루였다.

오늘 내가 느끼는 피곤함은 단순한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 '존재의 균열'에서 오는 것이라면, 너무 심오한 말일까. 나는 하나인데, 지금 이 삶 안에서 내가 나뉘고 쪼개지는 것 같은 감정. 엄마로서의 본능과 나 자신의 욕구가 충돌하면서 혼란스럽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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