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에서 근무하면서 좋은 점은 매장 상사 말고도 다른 매장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언더아머 매장에 들어간 건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 나만의 작은 로망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운동을 좋아했고, 운동복의 응대하는 방법이 궁금했기에 ESTP 답게 직접 체험 삶의 현장의 느낌으로 언더아머 매장에서 근무한 이유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근무의 날이 늘어날수록 다른 이웃 매장의 직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늘도 정겨운 매장 입구에서 들려온 말소리, 아레나 수영복 매장의 직원이었다. "오늘은 행낭이 엄청 많네요.." 행낭이 들어오는 이유는 온라인 몰에 올려놓은 상품의 주문 사이즈가 품절이어서 당일에 다른 언더아머 지점에서 물물교환으로 상품들을 구한다. 그 교환했던 상품들이 아침에 행낭으로 들어온다. 이날은 온라인몰에 올려놓은 반팔티들의 할인율이 30% 대폭 행사를 했던 날이었다.
"요즘 행사를 해서 다른 지점에 구해놓은 상품들이 모여서 들어왔어요." 아무래도 여름은 반팔티들이 금방 해져 행사를 할 때 많이 구매를 하는 모양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행낭을 해서 시간이 금방 갔다.." 오늘은 매장 매니저님은 늦잠을 자서 늦게 오는 모양이다. 아니면 오후 3시에 오시려나. 카톡을 해도 답변은 무응답이었다.
행낭이 끝이 나고, 레깅스를 한참 보고 있던 나이키 직원이 왔다. 나의 의문에 "혹시 운동 어떤 거 하세요?" "아 그럼 요 라인이 좋아요. 너무 짧지도 않고요." 나는 옷을 건네며 덧붙였다. "입어보시고 마음에 안 드시면 그냥 두셔도 돼요."
나이키 직원분이 먼저 말을 걸었다.
"네, 이 레깅스 제품이 긴 거 같아요. 160cm 이하의 여성분들은 못 입을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입고 싶어도 못 입어요."
"그럴 것 같아요ㅋㅋㅋ"
"사실 저는 다른 브랜드에서 일하거든요." 그 말에 직원도 웃으며 나는 웃었다. "사실 알고 있었어요. 나이키 매장에서 일하시는걸요. 퇴근하고 나이키 좋아해서 많이 갔어요. 나이키 예쁜 상품들 많잖아요."
경쟁 매장일 수도 있는 이름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이 순간이 조금 신기했다.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칭찬하는 의견에 존경스러운 직원이었다.
카운터 앞에서도 짧은 대화가 이어졌다. "오늘 일 끝나고 오신 거예요?" "저희도 다른 매장 가면 그냥 손님이고 싶어요." 그 말이 묘하게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았다. '그냥 손님이고 싶다'는 그 마음. 옷을 파는 사람도, 옷을 고르는 사람도. 결국은 같은 입장이라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언더아머 매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유난히 친절해서 기억에 남은 게 아니었다. 자기 일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일과 공간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서였다. 서로 다른 의류 매장에서 일하지만 같은 업계 안에서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오늘은 옷 이야기가 아니라 매장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를 남겼다. 브랜드보다 오래 기억되는 건 결국 사람이었다는 아주 흔하디 흔한 단순한 이야기라는 사실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