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언더아머입니다."
입으로는 자연스럽게 나왔지만 속도는 느려졌다. 입은 웃고 있지만 표정은 나도 모르게 굳어 있었고 인사를 고객님께 건네고, 한 박자는 늦게 숨을 고르는 순간이 왔다. 처음에는 단지 컨디션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마법의 날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고, 인사를 건넨 뒤에는 꼭 한 박자씩 숨을 고르게 되었다. 처음으로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도 피로가 가지도 않았고, 쉬는 날에도 같은 시간에 눈이 떠졌다. 그때 내 상태를 떠올린다면 대기 상태 같았다.
처음에는 사람을 관찰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질문을 받으면 자동으로 대답을 했고, 대화라기보다 내 무의식과 대화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가장 무서웠던 건 감정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때의 나는 감정보다 이성으로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아직 할 수 있었고,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뭐. 다 이렇게 일하고 감정은 모른채하고 살아갔으니까. 모른 채 하고 그냥 버텼다. 그래서 달려 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퇴근하고 지하철에서 문득 "내가 오늘 하루 동안 진짜 감정이 있었나? 이런 식이면 내 몸이 못 버틸 텐데." 본능적으로 나를 모른 채 한건 아닐까.
번아웃과 우울증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건 잠깐 쉬면 해결될 피로가 아니라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안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나는 결국 무너질 거라는 것을.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다. 못 버텨서가 아니라 이 상태에 익숙해지는 내가 너무 무서워서.
어서 오세요. 언더아머입니다. 이제 막이 내릴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보통의 현대인들이라면 나의 감정 따위는 무시하는 게 익숙하겠지만 이 상태에 익숙해지는 내가 무서웠다. 느려진 속도는 원래 이런 거지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숨을 고르는 순간조차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것. 감정이 없는 상태로 하루를 무사히 끝내는 나 자신에게 안주하게 되는 게 가장 두려웠다.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고, 이상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넘기고, 결국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무음 같은 삶을 사는 게 편해지는 사람.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웃고,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고,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람 따위는 없이 끝내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건 회복도 될 수 없다는 걸. 적응 아닐까. 나는 그 적응이 너무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