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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Sep 20. 2018

9월 20일 새벽

요즘은 산책하기 제격입니다.

새벽 네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밤잠이 없는 편이라 일찍자서 그때 일어난다기보다는 깨어있을 때가 많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예전엔 술 마시고 있었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한다는 점이다. 브런치에 생각을 정리하거나, 언제 다시 필요할지 모르는 이력서를 수정하고, 영상편집을 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아니면 책을 읽거나 글씨를 쓰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런 일들을 하며 새벽을 보낸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새벽 산책이다. 동선은 심플하다. 신촌 부근에 있는 집에서 경의선 철길 공원을 잠깐 들렀다가 서강대교(혹은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갔다가 다시 돌아 오는 길이다. 걸음이 빠른 편이라 한 시간 정도면 완성되는 산책이다. 도심 한 복판이지만 새벽녘의 서늘한 공기 탓인지 신선하다. 마음도 차분해지고, 생각도 정리된다. 서울특별시에서 제주도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다.


상황에 따라서 물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맥주 한 캔 따기도 한다. 기분에 따라 한 곡을 골라 반복재생으로 계속 듣기도 한다. 오늘은 탄산수를 샀고, 10cm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들었다. 답답한 마음을 탄산이 씻어주길 바라면서. 그리고 어둠이 무섭지는 않지만, 나의 믿음이나 기다림이 어둠에 지지않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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