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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Jan 09. 2019

피아노와 바이올린

진정한 관계를 꿈꾸며 음악을 들었다

어릴 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이 들수록 건반보다는 현의 소리가 좋아진다.'


딱 한 문장인데, 오묘했다. 그렇지만 나이에 대한 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저 넘겨버렸다. 당시 10대의 극초반이었던 나는 첼로보다는 바이올린이, 바이올린보다는 피아노의 소리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명료하게 울리면서 공기 사이를 깔끔하게 투과하는 듯한 그 악기들의 소리가 좋았다. 약간 높은음을 담당하는 악기들이 오케스트라에서 메인 멜로디를 담당하는 주인공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와 플룻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서른이라고 분위기를 잡고 싶은 것도 아니고, 조금 나이 먹었다고 위세 부리고 싶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현이 가진, 그리고 베이스를 담당하는 악기들이 가진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바이올린보다는 그 밑 음역대에서 멜로디의 기본을 잡아주고 품어주는 첼로나 비올라의 따스함이 좋아진 것이다. 피아노 옆에서 웅장하게 협주곡의 배경을 담당하는 오케스트라의 포용력도 좋아졌다. 예전에는 가운데만 보였다고 한다면, 이제 조금은 그 주변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달이 밝은 이유는 밤 하늘이 까맣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현의 소리가 더 좋아졌다고 어두운 밤하늘이 가진 아름다움까지 모두 알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부터라도 그에 대하여 더 알아가고 싶다. 돋보이기를 포기함으로써 더욱 큰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그러한 가치들을 섬세하게 느끼고 이해하고 싶다는 것이다. 


악기의 하모니나 밤하늘의 아름다움이 그러하듯 사람들 사이에도 그런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때로는 희생을 하면서 무언가를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를 온기를 주는 아름다운 관계가 존재한다. 나라를 구하거나, 인명을 구하는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묵묵한 따스함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그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알아가며, 나도 배우고 싶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조금씩 그쪽을 향해 걸어가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말로만 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진정한 '관계'에 조금은 더 가까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모처럼 흘러나온 협주곡을 들으며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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