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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Jun 27. 2018

점점 사랑하기 어려운 이유 세 가지

내 여자 친구는 어디에 있을까, 살아는 있을까?

"지금 사귀는 친구랑 꼭 잘해봐, 결혼까지!"


"왜요? 저 아직 결혼 생각할 나이도 아닌데.."


"나이 들수록 힘들어 사람 만나는 게. 지금은 좋잖아! 딴 거 생각 안 하고 사람만 보고 만날 수도 있고."


4년쯤 전에 한 회사에서 인턴을 하며 들은 말이다. 당시 나는 2년 넘게 만나오던 여자 친구가 있었고, 대학생 신분(휴학하고 한 인턴)이었고, 지금보다 더 철이 없었다. 너무 사적인 대화로 흘러서 약간 부담스러웠던 나는 나중에도 사람만 보고 만나면 된다고 눙치며 대화를 마무리지었고, 그때의 주변 사람들은 나의 풋풋한 연애를 응원해주었다. 


솔직히 그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조건을 보고 현실적인 이것저것을 따지게 된다는 것을 알긴 했다. 그렇지만 요즘 사회의 결혼 적령기도 훨씬 이전이었던 나에게 그런 조언을 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길게는 10년 이상 남은 일인데, 저렇게 까지 해야 되나 싶었기 때문이다. 많은 남자들이 결혼을 하는 서른 전후에도 5년 넘게 부족한 나이였기 때문에, 당시 나에게 결혼이나 만남에 대한 어려움은 너무도 '남의 일'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서른 즈음이 되었고, 나는 그 '남의 일'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었다.




사람만이 중요한 사랑을 꿈꾸던 시절이 모두들 한번은 있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인적으로 '세 가지의 근거를 드는 것'을 참 좋아한다. 가끔은 약간 강박적이라고 스스로도 느껴질 만큼. 유시민 작가가 했던 말처럼, 세 가지를 이야기하면 너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가짓수라는 느낌이 든다. 삼인성호라는 사자성어도 있는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3의 법칙'을 믿었던 것 같다. 뇌 과학자가 아닌지라 왜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정도로 3에 익숙하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을, 특히 연인을 만나기 어려워지는 이유들을 세 가지로 정리 보았다. 사랑하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개인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또 다른 추가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한 이유에 대해서는 댓글로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1. 자기만의 고집과 기준이 강해진다.


몇 달 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와 한창 싸울 때 "우리가 20대 초반도 아닌데 이런 걸로 싸워야 되는 거야?"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녀는 20대 초반보다는 성숙한 후반의 연애인데 이렇게 싸우는지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여러 경험 덕에 나이 듦과 함께 성장하는 포용력이나 이해심을, 아무래도 그녀는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싸우다가 헤어질 무렵에 내게 든 생각은 '20대 후반이라서 더 싸운다.'는 점이었다.


나의 연애를 돌이켜 봤을 때 나이와 싸우는 양은 관계가 없었다. 그래도 연령대에 따라 싸우는 이유의 차이는 있었다. 20대 초반의 싸움은 대개 귀엽고 유치한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이유로 많이도 싸워왔던 것 같지만 대개는 애정이 식어가는 것 같다는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싸움의 원인이 실제로 발생한 사실보다는 기분 탓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조금 더 노력하는 모습을 서로가 보이던지, 관계에 집중하면 대개 해결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20대 후반으로 가면서 내가 여자 친구와 싸우는 원인은 달라졌다. 지금까지 나이를 먹으면서 형성된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싸웠던 것이다. 싸움의 시발점은 항상 사소한 것이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말이다. 내 기준에서는 별 것 아닌 일을 상대는 크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 반대도 존재했다. 중요도가 다르니 그것에 신경 쓰는 빈도도 당연히 달라지고, 한 번 발견된 싸움 거리는 틈틈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그간 축적된 가치관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니 노력해도 상대에겐 빈틈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별 것 아니어 보이던 국지전은 세계대전급의 싸움으로 확대되기 마련이었다.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확립된 가치관, 어떻게 보면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고집이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2. 일상이 더더욱 단조로워진다.


20대 초반의 삶은 20대 후반의 그것보다 다양하다. 대부분의 20대 초반의 사람은 학생이기에, '집-학교-집'의 반복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저 기본 동선 사이사이에 많은 것들이 끼어있다. 내가 경험한 것들만 해도 꽤나 여러 가지가 있다. 학원, 조모임, 동아리, 학회, 소개팅, 미팅 등의 다양한 변주 요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사회인이 된 20대 후반의 삶은 어떠한가. 거의 '집-일-집'이다. 일의 경우에는 학업과 달리 하루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기서의 집은 학창 시절과는 조금 다르다. 일하고 나서 쉬는 공간이면서도, 그 다음날 다시 일을 하러 가기 준비하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회사원이건 개인사업자이건,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제활동에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물론 틈틈이 친구들도 만나고 동창회도 가지만, 학생 때와는 다르게 이미 알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주이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은 거의 업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개팅 정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거의 어려운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요즘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들은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과 입사 동기 정도밖에 없다. 새로움을 찾을 기회도 여유도 그다지 없다.



3. 이전의 연애와 비교하게 된다.


사람마다 편차가 크겠지만 20대를 지나오면서 보통 서너 번의 연애는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일종의 '연애에 대한 빅데이터'가 생긴다. 혹자는 이런 걸 '남자/여자 보는 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논리는 많이 만나봐야 보는 눈이 생기고, 그래야 제대로 된 사람을 쉽게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 많이 만나보라는 다다익선식의 연애관을 추천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연애 빅데이터'는 '그 눈'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을 만나가면서 생기는 선구안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사람에 대한 비교의 잣대라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다 보니 누구나 비교를 하게 된다. 현재 만나는 사람의 단점을 보면, 예전 만나는 사람의 장점이 생각날 수도 있다. '그는 혹은 그녀는 그러지 않았는데..'라는 무의미한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발칙한 상상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도 저렇게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비교하는데, 아직 만나지도 않은 새로운 사람에게는 어떨까. 외모, 성격, 혹은 조건에 대한 장벽들과 더불어 낯섦에 대한 경계심이나 불편한 감정 또한 존재한다. 비교의 장벽이 더욱 혹독 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고, 연애의 빅데이터는 시간과 정비례하며 두터워진다. 그러니 갈수록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힘들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지친다.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것이 귀찮아지기 까지 한다.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게 된다거나, 결혼을 생각하면 둘이 아닌 여섯 명을 생각해야 된다거나, 주변 커플들과 비교하게 된다거나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은 결국 위의 세 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저기서 파생되어 여러 가지 부가적인 이유로 우리가 사람을, 혹은 사랑을 만나는 데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그런 때'가 과거형이 되지 않을 사람을 만나도록 기다릴 수 밖에 (박준, <마음 한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아직도 모르겠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조금 명료하게 내 생각을 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명료한 결론을 내고 싶기는 한데,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모르겠다. 저 세 가지를 초월하게 해주는 상대를 운명적으로 만난다면 최선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중에 한 두 개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기 조차 힘든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자신만의 기준을 조금 내려두고, 바쁜 와중에 틈틈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이전 연애와 비교하지 않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무책임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는 딱히 결론지을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기다릴 밖에.

다만 그러면서 운명의 상대라 불릴 사람을 만났을 때, 스스로 빛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대단한 스펙을 쌓고, 돈을 벌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운명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그 역시 완벽할 수는 없기에, 그 사람에게 너무 짐을 주지 않도록 '스스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꾸준히 나이 들어가는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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