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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Jul 20. 2018

게으름이 세상을 바꾼다

헛소리 같지만 아직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본인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한다거나.."


"네, 저 있습니다."


"음 뭔가요?"


"저는 게으른 사람의 창의력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네?"


내가 기억하는 외국계 커머스 회사의 면접 마지막 부분이다. 면접관이었던 차장님은 나의 대답에 굉장히 당황했고, 이유를 물어봤다. 나는 차분하게 내가 생각하는 논리(누군가에게는 당연히 개소리겠지만)를 말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면접을 마쳤다. 면접을 보고 나서 친구들과 교수님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당황했다. 그런 말을 왜 굳이 하냐면서 말이다.


물론 나는 면접에 떨어졌다. 

처음부터 대차게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의 문제를 시원한 해결책도 없이 까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저 마지막 대화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저 말에 맞다고 생각한다. 

게으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이 세상을 바꾼다고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부지런한 사람들만 있고, 빠릿빠릿한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은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삶에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은 조금 더 먼저 혹은 더 많이 움직이면 해결되는 일들이다. 자려고 불을 끄고 싶을 때에는 침대에서 일어나 스위치를 누르면 되고, 겨울철 따뜻한 자동차에 타고 싶으면 먼저 나가서 시동을 걸어두면 된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게으르고 편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의 고민은 이러한 부지런함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4차 산업혁명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것이 IoT인데, 조금 더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하면 굳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는 '게으른 사람들'은 조금 더 편리한 세상을 위해 손가락 하나면 부지런 떨지 않아도 모든 게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홈(Home)보다는 산업 쪽에서 IoT가 더욱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 사람들의 노동력이 관리하던 것들을 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계들이 자동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인력이 많이 투입되고, 부지런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필요 없는 기술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조금 더 게을러도 되게 도와주는 기술들이 우리의 삶을 진보하게 만든다.


신영복 선생님의 문장을 약간 바꿔봤습니다.


이러한 논지가 혁신가들을 게으름뱅이로 몰아붙이고자 함은 아니다. 혁신의 대명사라고 불렸던 잡스도 항상 바쁘게 살던 사람이고, 주커버그는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회색 티셔츠를 여러 벌 사서 바꿔 입는다.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스타트업의 창업자들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바쁘고 부지런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 기저에는 어느 정도의 게으르고자 하는 마인드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게으른 사람(잠꾸러기 이런 느낌이 아니다!)의 창의력이 어떠한 무언가를 바꾸려고 부지런하게 움직일 때, 세상은 진보하는 것이다. 편리함은 대개 게으름으로 연결된다. 이에 대한 추구가 곧 혁신을 만들어 왔다. 




굳이 부지런하고 바쁘게 움직일 필요 없이,
조금 더 게으르고 여유롭게 살아도 되게 만드는 것. 

그런 게으름을 허용하도록 만드는 데에 부지런함이 쓰여야 한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팀장 눈치를 보며 그 보다 늦게 퇴근하고, 야근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부지런함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삶이 더 게으르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이나 발전 혹은 진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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