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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Sep 08. 2018

음주에 대한 새로운 원칙

이번엔 지켜보려고 글로 남깁니다.

지금까지 술을 참 많이도 마셨다. 많이만 마셨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는데, 자주도 마셨다. 소주, 맥주, 위스키, 보드카, 데낄라, 럼 등등 편식하지도 않았다. 아직 젊은 나이라 건강에 무리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 약간의 버거움을 느끼고 있다. 술 때문에 가까워지는 사이도 수 없이 많았지만, 그 반대도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참 쉽다. 술이 들어가면 맨 정신에 못하던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마음의 벽도 조금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까워진 친구들이 참 많다. 쉽게 가까워져서 쉽게 멀어질 수 있다고 비판할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은 그렇지 않아서 너무 감사하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들이다.


그렇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참 어렵다. 맨 정신에 못하던 이야기가 심해지면, 솔직함을 빙자한 상처로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 또한 자괴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망가지게 된다. 후자의 케이스는 내 인생에서 거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몇몇의 일들은 나와 상대방을 너무도 힘들게 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옷을 사입겠습니다. 차라리요.


실수이자 과실은 잠깐 스쳐가지만, 그 여파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진행이자 미래형 시제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더욱이 술 마시고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 실수라고 생각하며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싫다. 스스로 비겁해지는 것은 너무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아픔에서 벗어나보고자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보았다. 주변에 떠들어대거나 카톡프로필 정도로 해두면서 되새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글의 무게는 무겁고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생각을 날카롭게 담고 있다. 정말로 지켜보려고 다짐의 차원에서 글을 쓴다.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는 글이니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 부끄러울 것이다.


<나의 음주 원칙>


1. 기본적으로 술을 자제한다. (특히, 반주 금지!)

2. 아예 금주를 하는 것이 좋지만, 스스로가 그걸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한다.

3. 따라서 주변과 술자리를 굳이 만들기보다는, 밥이나 커피로 대체한다.

4. 그렇게해도 꼭 마셔야할 때는 소주 기준으로 딱 1병 반만 마신다.

5. 그리고 술자리는 1차로 끝낸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않았던 음주 10년차이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를 위해서,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서도 이게 최선인 것 같다. 이미 알고지내는 사람들과 앞으로 알게될 소중한 인연들을 잠깐의 재미를 이유로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숫자의 실수이고 잘못이지만, 그 몇몇의 여파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나와 상대방 모두를 갉아먹었던 것이다.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낫다.'는 자신감인데, 몇몇 음주의 기억은 나를 버티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반성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나라도 안그래보려고 한다. 사람이 다 원래 그런거야, 라고 합리화하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기는 싫기 때문이다.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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