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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Jul 03. 2020

아빠와 함께 떠난 탄자니아

탄자니아에서 청춘을

여행 매거진 BRICKS City

탄자니아에서 청춘을 #8





“아빠 차 문을 열면 어떻게 해?! 원숭이 다 들어갔네, 난 몰라 이제. 운전기사가 열지 말랬잖아!”


사파리 당일, 고요했던 우리의 아침은 바분원숭이 무리의 습격으로 시끌벅적해졌다. 바분원숭이들은 작게 열려있는 차 문틈으로 쏙 들어가 영리한 머리로 음식이 든 가방만 잽싸게 낚아채더니 보란 듯이 다 먹어 치웠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손쓸 새도 없었다. 한 마리가 두 마리 되고, 그렇게 열 마리가 넘어가니 공포 그 자체였다. 


계란을 잘도 까먹는 이놈이 바분 무리의 대장인 것 같다. 가장 먼저 차 안으로 들어가더니 다 털어먹었다.


아빠는 사파리 간다고 옷도 깔 맞춤해서 챙겨와 입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그렇게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 현장을 떠나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사파리로 떠났다. 화나고 어이없던 마음은 세렝게티 초원 입구에 서 있는 기린을 보자마자 싹 풀렸다. “아빠! 저거 봐 기린!” 아빠와 나는 광경에 감탄하며 언제나 그랬듯 무언의 화해를 했다. 


어서 와, 세렝게티는 처음이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는 건, 동물원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광활한 초원과 푸르른 산.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놀라지 않도록 소리 없이 감탄하는 게 인간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어매이징한 곳이다.  자연 앞에서 또 한 번 느낀다. 먼지 같은 나의 존재를.


우리의 실제 목적지는 세렝게티 초원이 아닌 응고롱고 분화구이다. 세계 최대 칼데라 분화구인 이곳엔 ‘사파리 빅5’라고 불리는 사자, 코끼리, 표범, 코뿔소, 버팔로를 포함해 수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우리는 이날 자연의 은혜, 혹은 바분원숭이의 액땜인지는 몰라도 표범을 제외한 유명 동물들은 다 만나 볼 수 있었다.


귀여운 얼룩말 무리의 이동. 잘 먹고 잘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너네, 오동통하고 때깔도 곱다?


바분원숭이 충격이 조금씩 사라지니 슬슬 배가 고프다. 하지만 이곳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굶어야 한다. 이 분화구 속에서 약 4~5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미지의 행성에 똑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간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동물들. 그들을 지켜보는 나.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것 같다.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코끼리 두 마리가 느릿느릿 어디론가 향한다.


차는 정해진 길로만 움직여야 하고, 나는 동물들에 가까이 갈 수 없기에 동물들이 차로 가까이 와주기만을 기다린다. 카메라 렌즈 더 좋은 거로 살걸. 후회가 막심하다. 길을 계속 가다 보니 차들이 멈춰서 늘어져 있는 곳에 당도했다. 이곳을 방문한 인간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사자를 드디어 만났다.


그동안 사람들과 정을 쌓았는지 개 같이(?) 편히 드러누운 사자들


우리 운전기사 피셜로는 계절이 바뀌면 다른 동물들은 먹이를 찾아 이곳을 떠나는데 사자는 습성 때문인지 분화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때엔 먹이가 없어 굶어 죽기도 한다고. 이곳에서 총 5마리의 사자를 보았는데 다들 누워만 있고 영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마치 요즘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왠지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다. 열심히 일하고 (사냥해서 먹고) 지금처럼 쉬면 되는 거지. 누가 우릴 게으르다 손가락질하겠니. 




글/사진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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