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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Jan 19. 2021

톨레도 대성당 #1

톨레도 여행의 중심, 톨레도 대성당

여행 매거진 BRICKS City

톨레도, 이래서 행복하다  #3





711년 무어인들이 스페인을 정복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이 그들의 사원을 짓는 것이었다. 그 뒤 스페인은 레콘키스타의 성공으로 차지한 지역의 이슬람 사원을 부수고 없애기보다는 그 형태 내에서 성당으로 변화시켰다. 스페인 지역의 성당 대부분이 이렇다.


1212년 나바스 데 톨로사 지역 전투를 통해 스페인이 아랍에 대한 패권을 차지한다. 스페인과 아랍의 최고 접전지였던 나바스 데 톨로사는 톨레도와 코르도바의 중간 지역이었다. 여기서 스페인이 승리해 지형적 우위를 차지한 이후 아랍은 패배를 거듭해 결국 그라나다에 머물게 된다.    


그 기념으로 1227년 페르난도 3세와 당시 대주교였던 로드리고 히메네스 데 라다가 힘을 합쳐 지은 성당이 톨레도 대성당이다. 길이 120m, 폭 59m에 이른다. 전형적인 무데하르 양식이 남아 있고, 유대인의 회당공법이 적용되어 소리의 울림이 이상적이다. 5개의 공간(나베)으로 나누어져 있고, 조감도로 보면 다른 유럽의 성당처럼 십자가 모양이다. ‘성체현시대’, ‘대형 레타블로 마요르(제단 뒤 장식)’, ‘트란스파렌테(투명한 빛)’, ‘최초의 그림 성경’ 등으로 유명하다. 톨레도 대성당은 알바르 마르티네스에 의해 설계되었고, 오른쪽 돔은 엘 그레코의 아들 호르헤 마누엘 테오토코풀리가 만들었다. 시스네로스 추기경은 이 돔이 설치된 공간에 ‘모즈 아라비아 예배당’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1787년에 추기경 로렌자나가 건축가 에우제니오 듀랑고에게 의뢰하여 성당을 리모델링해 현재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톨레도 대성당


유럽 성당의 메인 파사드는 항상 3개의 문으로 되어 있다. 중앙의 가장 큰 문은 ‘용서의 문’, 오른편의 작은 문은 ‘심판의 문’, 왼쪽의 작은 문은 ‘종려나무의 문’, 또는 ‘지옥의 문’을 형상화한다. 중앙 ‘용서의 문’에 있는 파사드 부분을 보면 문 위 반원형 아치에 부조나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것이 바로 그 성당이 지어진 이유를 나타낸다. 톨레도 대성당의 아치에는 한 여인이 한 남자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는데, 그 남자는 무릎을 꿇고 있다. 바로 성모 발현의 장면이다. 성모 마리아께서 발현하시어 당시 톨레도의 주교였던 일 데폰소에게 제의(사제복을 만드는 천)를 하사하는 것이다. 같은 장면이 프라도미술관에 소장된 무리요의 작품에서도 보인다. 또, 톨레도 대성당 내부 ‘종교화실’ 천장에 16세기 궁중 화가를 지냈던 루카 조르다노가 그린 프레스코화에도 자세히 설명돼 있다. 지옥의 문은 식물 스타일의 단순 장식만을 나타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조각을 마리아노 살바티엘이 만들었다.


성당 왼편에는 92m의 높은 탑이 서 있다. 성체현시대의 모델이 이 탑이다. 상단부에는 대형 종이 1개 있는데, 이름이 ‘고르다(돼지)’이다. 무려 18,000kg의 무게인 이 종은 현재는 갈라진 채 장식에 지나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성당 북쪽에 난 ‘시계의 문’은 원래 또 다른 탑을 세우려 했던 장소였다. 중심 아치는 그리스도의 삶을 보여주는 4개의 띠로 나누어져 있다. 수태고지, 출생, 동방박사의 경배, 십자가, 이집트로 향하는 가족 등 다양한 주제를 볼 수 있도록 부조로 조각이 되어 있다. 시계의 문 위에는 ‘장미의 창’이 있는데, 이 부분은 내부 설명을 하면서 덧붙여 말하려고 한다.


시계의 문


성당 남쪽의 ‘사자의 문’은 일반인이 실제로 톨레도 대성당으로 드나들 수 있는 ‘야나의 문(평지의 문)’ 오른편에 있다. 이곳도 사용하지 않는 문이다. ‘사자의 문’은 ‘기쁨의 문’이라도 불리는데 성모 마리아의 승천 장면을 부조한 조각이 중심이다.


내부로 들어가기 거치는 야나의 문 앞에 매표소가 있다. 소매치기가 많으니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볼 것이 정말 많다.


우선 성가대실 측면 의자에 앉아 주변을 잠시 둘러보자. 여기서 대성당을 이루는 다섯 개 공간이 보인다. 총 88개의 기둥이 성당 지붕을 받치고 있는데, 지붕에 X자 모양이 많이 보이고, 그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다. 옛날 우리나라 시골에서도 집을 짓고 담을 쌓을 때 큰 돌을 쌓고 그 사이에 흙이나 시멘트를 발라 돌과 돌 사이를 보완했다. 그때 작은 돌을 시멘트에 꽂아뒀는데, 그게 ‘리볼트 방식’으로 균형을 잡는 원리라고 한다. 톨레도 성당도 높이 지을수록 자꾸 무너져 내려 저렇게 만나는 지점에 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리볼트 방식이 총 72군데에서 이 톨레도 대성당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성당 측면을 보면 창살 뒤편으로 작은 기도실 같은 곳이 세워져 있는데, ‘경당’이라고 부른다. 이 경당은 무덤이다. 과거 성당은 죽은 자들이 천국으로 향하게 하는 장소로 마당과 내부가 전부 무덤의 역할을 감당했다. 외부는 일반인, 내부는 주교, 추기경, 왕족 등이 묻혔다. 그리고 여기서 야나의 문 쪽을 보면 작은 탁자에 톨레도 대성당에 관한 팸플릿이 놓여 있어 챙겨 가면 좋다.


대성당을 받치는 기둥들


자, 이제 일어나서 메인 채플실 앞으로 가보자. 


제단의 부조는 시스네로스 추기경에 의해 1497년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1504년 완성된다. 이 제단을 자세히 보면 제일 아래 제대가 보이는데 그곳은 현재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는 곳이다. 모든 제단 제일 하단 중심부엔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부조가 새겨져 있다. 또, 그 위에는 황금색으로 칠해진 톨레도 대성당의 탑 모양이 새겨져 있다. 성체현시대의 모형이다. 모형의 상단부는 어두운데, 그 이유는 나중에 트란스 파란테에서 설명하겠다. 그리고 그 위로 아기 예수의 탄생, 원죄 없는 잉태(무염시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조각이 차례대로 새겨진다. 이 중심부의 오른편엔 예수의 삶을, 왼편에는 고난의 삶(고난주간)을 표현한다. 제단은 이렇게 기준을 가지고 제작된다. 다만 세비야 대성당은 이런 구조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일하다고 해야 할까? 세비야 대성당의 제단은 36개의 부조와 예수의 십자가 조각상, 그렇게 37개가 하나의 스토리로 제작된 독특한 구조이다.


채플실의 부조


다음으로 성가대실에 들어간 우리를 제일 먼저 맞이해 주는 건바로 ‘비르헨 블랑카(백색의 성모)’이다. ‘스페인의 모나리자’로도 불리는 이 조각상은 14세기 프랑스에서 기증한 작품이다. 어머니의 부드럽고 쾌활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성모의 눈이 보인다. 아들을 오른팔에 안고 고딕 양식에 흔히 사용됐던 특정적인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두 눈이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오른쪽 눈은 오른팔로 안고 있는 아기 예수를, 왼쪽 눈은 맞은편 제단 꼭대기의 십자가의 예수를 바라보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방향이 바뀌어 버렸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바라보는 이 시선 처리는 참으로 놀랍다.


아들, 아기 예수는 한 손으로는 어머니의 턱을 만지며 다른 한 손으로는 과일을 들고 있다. 그 과일은 석류로, 석류는 스페인어로 ‘그라나다’이다. ‘부활과 생명’ 그리고 ‘기독교’를 나타낸다. 그래서 이세벨 여왕이 주도한 레콩키스타 시절의 방패를 보면 항상 석류가 새겨져 있다.


백색의 성모상


성가대원의 자리를 보면 수많은 부조가 새겨져 있다. 저 부조는 로드리고 알레만에 의해 조각되었는데, 재료로 쓰인 나무가 일명 ‘나무계의 망둥어’, ‘나무계의 고등어’라고 불리는 호두나무다. 카리브해산이라고 하는데, 잘만 조각하면 몇 백 년, 몇 천 년을 가지만, 결을 잘못 만지면 단번에 망가진다고 한다. 이 부조는 그라나다 레콩키스타의 마지막 장면을 묘사하는데, 순차적으로 나시리 왕조를 무너트리는 이세벨 여왕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성가대석의 부조


이제 성가대 2층 좌석을 보면 기둥에 아치가 있는데 무데하르 양식에서 보던 모습이다. 그 위 많은 조각상이 성경과 카스티야의 상징적 인물들이다. 그런데 아치 중간에 머리만 있는 아기 천사가 등장을 한다. 원래 회화나 조각에서 천사를 구분하는 방식이 500가지가 넘었는데, 최근엔 50가지 정도로 많이 줄었다. 여기선 네 가지로 정리를 해 보겠다.


트란스 파렌테에 등장하는 4대 천사장은 인간에게 등장하는 천사들이다. 그리고 미소년은 하나님의 수종이기에 하나님을 나타날 때 등장하고, 몸이 다 있는 아기 천사는 인간과 신 둘 사이에 모두 등장한다. 그런데, 머리만 있는 아기 천사는 신의 세계를 표현할 때만 등장한다. 특히 성모 마리아를 등장시킬 때 인간적인 면과 신적인 면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몸이 다 있는 아기 천사가 나올 수도 있고 머리만 있는 아기 천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의 세계에 등장하는 천사가 왜 여기 인간의 땅에 있을까? 답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장소의 의미에 있다. 성가대실은 신만을 높이는 공간이기에 신들의 공간에 등장하는 머리만 있는 아기 천사가 조각된 것이다.


머리만 있는 아기 천사의 부조가 보인다


성가대실의 전경


정 중앙에는 ‘변화산 사건’을 조각해 놓았다. 이 조각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왼편에는 황금색 바로크 시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고, 오른편에는 신고전주의 시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잠시 후 밖에서 만나게 될 ‘왕의 오르간’과 함께 이 두 오르간 모두 현재도 연주되고 있다. 특히 10월 말엔 성가대실 앞에 오르간을 옮겨 연주자들이 연주를 펼치는데 정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 할까? 이들의 음은 완벽에 가깝고 더군다나 천장의 울림구조로 인해 소리가 회전하며 내려와 마치 비를 맞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성가대실의 하이라이트는 황동으로 만든 성가대 지휘대이다. 16세기에 제작된 성가대 지휘대는 독수리, 용, 그리고 성으로 장식되어 있다. 성은 스페인 말로 카스티야, 사자는 레온이다. 이세벨 여왕의 막강한 힘과 카스티야 지역의 위대성을 알리기 위해 지휘대를 성의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또, 기독교에서 독수리는 성물이고, 용은 이방을 나타낸다. 덧붙여 독수리는 스페인 왕가를, 용은 아랍을 상징한다. 결국 스페인이 아랍을 물리쳤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성가대 지휘대


성가대실을 나오면서 오른쪽으로 가면 사자의 문 뒤편, ‘왕의 문’이 나온다. 두 개의 문 사이 작은 기둥에 예수가 서 있는데, 머리 위로 나뭇가지들이 뻗어나가고 있다. 구약 이사야서에 나오는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라는 구절을 표현한 것이다. 이새의 줄기에서 난 한 싹은 다윗왕을 말하는데, 그래서 다윗의 조각상도 여기에 서 있다. 다윗은 항상 손에 하프를 들고 나온다. 마치 베드로는 그물과 열쇠, 바울은 칼을 들고 성당 문 좌우편에 위치하듯 말이다. 그 외에도 그림에서 눈동자를 들고 있는 여인은 루치아 성녀, 여성의 유방을 접시에 들고 있는 여인은 아가타 성녀, 나무에 묶여 화살을 몸에 맞은 남자는 세바스티안 성인, 수레바퀴와 칼과 등장하는 여인은 카타리나 성녀 등 종교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미지에는 통일성이 있다. 역시 당시 글을 모르는 이들도 쉽게 인물을 알아보고 종교적으로 감화되도록 한 ‘교육적 측면’일 것이다. 이처럼 다윗이 서 있는 문이라 ‘왕의 문’이라 이름이 붙었고, 여기에 있는 오르간도 ‘왕의 오르간’이라 불리게 됐다.


이 왕의 문 오른편에 보면 성당에서 가장 많이 보는 그림을 찾을 수 있다.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면 가끔 트럭이나 버스에도 그려져 있는데, 바로 ‘크리스토퍼스 성인’이다. 키가 2m가 훌쩍 넘는 장신인 데다가 힘도 엄청 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순수했고, 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도왔다고 한다. 사람을 태워 강을 건너게 해주고 삯을 받아 생활하고 있던 크리스토퍼스가 어느 날 한 아이를 어깨에 올리게 됐는데, 아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몸이 깊은 강 속으로 가라앉음을 깨달았다. 아이에게 누구냐고 묻자 아이는 “나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다”라고 말했고, 크리스토퍼스는 예수를 믿고 자신의 고향 시리아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다 순교를 당한다. 그래서 가톨릭에서는 크리스토퍼스를 ‘이동의 수호성인’으로 추앙하고 있다. 여행자를 지켜준다는 의미에서 여행 관련 물품이나 장식에도 자주 등장한다.


크리스토퍼스 성인과 아기 예수


2편에 계속.




글/사진 하이로

스페인에서 12년째 거주 중이며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여행 전문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투어라이브(Tourlive) 오디오가이드: 스페인을 제작했고, 마이리얼트립에서 "프라도에서 웃어요" 투어를 진행한다. SNS에서 1분 산책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https://www.instagram.com/art.traveler.ja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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