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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Jan 26. 2017

모든 것이 그대로인 듯 아닌 듯, 그렇게 뉴욕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내 오랜 친구들이었다.

여행 매거진 BRICKS Trip - 직딩 여행작가의 여행법 #3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았던 도시 외에, 공항에서부터 길이 훤히 보이고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익숙한 냄새가 감지되는 곳이 있다면? 그런 곳을 감히 제2의 고향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그런 곳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YES”다.

 먹고 살겠다고 악몽을 꾸면서까지 행복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어느 지루한 날, 거짓말처럼 대한항공 특가가 눈에 들어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통장을 탈탈 털고 영원한 나의 친구 신용카드의 힘을 빌리면 뉴욕을 다녀올 수 있겠다 싶으니 세상이 갑자기 무지갯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항공권 구매를 결정한 뒤 바로 뉴욕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내가 곧 간다고, 늘 만나던 그곳에서 다시 보자고. 그리고 우리 집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캐리어 2개를 꺼내어 친구들의 이름을 각각 써 붙인 선물 주머니로 채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맨해튼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도착한 뉴욕. JFK공항에서 퀸스를 거쳐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도착하기 전부터 황홀한 맨해튼 마천루의 풍경에 푹 빠졌다. 나도 모르게 택시 안에서 괴성을 지르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웠고, 그만큼 반갑던 그 풍경에 또르르 눈물이 흐를 줄이야.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나의 뉴욕을 만났다.

 옛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와 가족의 안부를 들었다. 기쁘거나 혹은 슬펐던 그간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눴다. 메신저와 SNS상으로는 다 느끼지 못할 생생한 감정에 가슴이 찡해지기도, 행복해지기도 했다. 매일 낮이면 뉴욕의 새 레스토랑과 핫스팟 속으로 취재를 다녔고, 그 사이사이 예전에 즐겨 찾던 숍이나 슈퍼마켓에 들러 마음껏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밤이 찾아오면, 나는 하나둘 뉴욕의 친구들을 만나 수다와 함께 와인을 기울였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뉴욕의 시간은 꽉 차 있었다. 가슴 가득 행복의 조각들이 쌓이기에 충분한 나날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고 나는 다시 현실로 복귀해야 했다. 뉴욕에서의 1분 1초가 아까워 시차 적응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집어치웠는데, 늦잠 한 번 안 잔 채 매일 맨해튼을 즐겼는데, 떠나려니 또 아쉬운 건 내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겠지. 그 아쉬움 덕분에 나는 늘 여행자를 자처하며 살고 있는 것일 테고.

 맛있는 음식도 맨해튼의 아름다운 풍경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그곳에서 예전 그대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고 안아주던 내 오랜 뉴욕 친구들이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인연 덕분에 다른 여행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행복을 주는 도시, 뉴욕.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부디 다음 뉴욕행에서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걸 베풀 수 있는 더 멋진 내가 되기를, 그리고 그들이 지금처럼 그 자리에서 뉴욕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바라보자면, 부디 다음에는 어느 멋진 날 우연처럼 뉴요커와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루어지기를. 아멘(참고로 필자는 무교임, 여기에서 아멘은 간절함을 뜻함)!





글/사진 루꼴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다.

그녀의 <뉴욕 셀프트래블>이 궁금하다면.

http://www.yes24.com/24/goods/20180923?scode=032&OzSra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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