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영화로 시절을 떠올리다

by cozyoff

영화로 시절을 떠올리다

필름을 필사하다,《매거진 필사》



공간은 사라지고, 그곳에는 추억만이 남는다

-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by.ossion


푸른 산과 들이 펼쳐진 한적한 시골 마을.

하지만 집에서 조금만 걸으면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복잡한 도시와는 다른, 어딘지 시간마저 느릿하게 흐르는 이곳에, 그녀는 살고 있습니다.

소요. 도시를 알지 못하는 시골 소녀.


소요(카호)는 자신이 다니는 작은 학교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모두 합해도 겨우 여섯 명인, 정말이지 조용한 학교.

매일 아침 남동생과 함께 등교하고, 학교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아 동생들을 챙기고, 집에서는 마루에 누워 수박을 베어 먹는 그런 날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고, 순수하고, 그래서 아름답죠.


그런 소요의 세계에, 도쿄에서 전학 온 오사와(오카다 마사키)가 들어옵니다.

동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낯설고 설레는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죠. 이전까지는 경험해본 적 없는 '동세대 이성 친구'라는 관계는, 소요의 세계를 서서히 뒤흔들어 놓습니다.


오사와는 단순한 전학생이 아닙니다.

그는 도시의 공기, 낯선 세계의 리듬,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함께 품고 온 존재입니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소요는 처음으로 마을 밖의 세상을 궁금해하게 됩니다.

도쿄라는 이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가능성의 은유로 작용합니다.

소요는 오사와를 통해, 자신이 머물던 일상과 익숙함을 처음으로 '거리 두기' 해 보게 되니까요.


오사와와 함께한 날들이 길지도, 특별한 사건으로 가득한 것도 아니었지만, 소요는 그 시간을 통해 조금씩 변해갑니다. 자신이 익숙하게 살아온 공간, 그 공간이 지닌 따뜻함을 다시 바라보고, 동시에 그 경계 밖상상하기 시작하죠.

그 감정은 첫사랑과도 닮아있고, 처음 꿈을 꾼 날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내딛게 해주는 '기억의 시초'같은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124346_2746055_1744463105544376793.jpg IMDb 제공



영화는 큰 사건 없이도 소요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관계, 그 안에서 태어나는 미묘한 떨림.
우리는 소요의 시선을 따라가며, 어느 순간 자신의 과거를, 어린 날의 감정을,


그리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장소를 떠올리게 됩니다.


오사와라는 이름은 어느새, 그녀 마음속의 첫 번째 여름이 되었고요.




소요가 정말 사랑했던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끝내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이 오사와였는지, 마을이었는지, 혹은 자신만의 평화였는지.
하지만 중요한 건, 현실에 지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따뜻한 기억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기억이 삶을 완전히 바꿀 순 없어도,
조용히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작은 위로가 되어줍니다.




당신의 마음속엔 어떤 추억이 머물러 있나요?



때때로 소요를 떠올리며,
우리도 그 시절의 감정을 살짝 꺼내어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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