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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Oct 13. 2020

잊혀진 계절: 가을 시즌송을 찾아가세요



WRITER. 방배동 도비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이 있다. 계절마다 가진 고유의 느낌과 향을 노래에 담아내기도 한다.


봄에는 벚꽃, 혹은 썸을 주제로. 여름에는 더위를 이겨내는 시원한 노래.


가을에는 여름의 여운을 노래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말할 것도 없이 크리스마스 캐럴, 종소리가 많이 들어간 시즌송이 나오기도 한다.



필자는 과거에 시즌송 곡 분포를 본 적이 있다. 그중에서 가을 시즌송이 현저히 낮았으며, 여름과 겨울 사이에 있는 그 경계선, 가을 노래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꼭 따뜻할 때 사랑이 시작되리란 법은 없다. 겨울이 가고 따뜻해질 때쯤 사랑이 싹트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쩌면 제법 쌀쌀해져가는 가을에 사랑이 시작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을에 사랑이 가장 많이 끝날 것 같지만 의외로 연애가 가장 많이 종료되는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이다. 여름에 헤어지고 떠난 연인을 가을에 그리워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이처럼 모든 사람들의 연애는 모두 같은 시점에 시작해 같은 시점에 끝나진 않는다. 이 모든 걸 종합해, 가을 사랑의 시작과 끝을 가사에서 찾고, 뮤직비디오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관찰한다.
총 4개의 가사 고찰과 1개의 뮤직 비디오 해석이 담겨있다.




가사 part.1 

아스트로(ASTRO)-고백

가을 사랑의 시작, Autumm Story
: 어느 틈에 추워진 너의 손에 따뜻하게 내 마음을 모아 입김을 불어줄게


'끝까지 길게 말 안 할게 걔만은 안 돼'

https://www.youtube.com/watch?v=tuAm9KH2dkY

첫 소절부터 강렬하게 상대방을 향해 그 사람은 안된다고 한다. 상대를 사랑하지만, 상대는 자신이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상대가 나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는 이들. 결과는 예상할 수 없지만, 용기 내서 상대에게 고백한다는 내용이다. 내 마음이 들리나요? 하며 대답을 듣지 못한 채로 열린 결말로 이 노래는 끝이 난다.


이런 와중에 이 곡의 특이점은 가을에 사랑을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Db Major의 밝은 느낌으로 끝까지 마이너 틱한 느낌은 없다. 어쩌면 노래 멜로디와 화성처럼 좋은 결말이 날지도 모른다.

가을이 다가오고
너의 느낌은 색다르고
어느 틈에 추워진 너의 손에 따뜻하게
내 마음을 모아 입김을 불어줄게 영원히 내꺼할래
아스트로-고백 中



가사 part.2

남우현-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널 찾을게, 멈춰있는 남우현의 시간
 : 가을이 오면

https://www.youtube.com/watch?v=vzFF-boVVVk

한국 국적의 남자 아이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군 입대. 그는 급하게 잡은 팬미팅인'나무가 졸라서 급하게 잡은 팬미팅'에서 군 입대를 발표하며, 마지막 트랙으로 이 자작곡을 발표한다. 그의 말을 그래도 인용하자면 "이 가을에서 여러분들(인스피릿)을 항상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누군가에게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사랑의 시작일 수 있고, 누군가는 가을에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자신을 그리워해줄 사람들을 다시 찾아가겠다고 약속한다.


잔잔한 스트링 콰르텟 소리와, 도입부의 연속된 7화음 피아노 선율은 슬픔보다는 아쉬움을 더 극대화한다.

ⓒ울림 ent.

울먹이며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팬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가사 part.3

엔플라잉-Autumm Dream

ⓒFnC ent.
가을밤의 꿈, Autumm Dream : 단지 한낱 꿈이었을까
깨어난 내 이불 속은 여전히 차갑게
엔플라잉 - Autuum Dream 中

https://www.youtube.com/watch?v=ZSAuGQCSlJg

안 좋은 기억들은 버리고 좋은 것들만 기억하고 싶은 가을밤의 꿈, Autumm Dream.


슬프고 어두운 기억들을 '검정'이라 표현하며 이를 버리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 싶다는 그들의 가사.


b minor 단조로 보이싱이 시작되며, 강박에 가까운 정박마다 화음이 바뀌며 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후렴에 다소 가벼워 보일 수 있는 기타 리듬도 낮은 목소리로 깔면서 가사를 전달하다 보니, 전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맞게 이불 속은 여전히 차갑다고 말을 하는데, 꿈속의 연인이라지만 꿈에서만 만났던 연인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옥탑방의 단조 버전 겸 옥탑방 가사의 결말이 이것이 아닐까 싶다.




가사 part.4

원곡: 이용-잊혀진 계절, 김재중 노래

김재중의 시월 마지막 밤
 : 잊혀진 계절
ⓒ김정은의 초콜릿 방송화면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Pr1xu15pzu8

동방신기 4집 앨범 <MIROTIC>의 수록곡 잊혀진 계절은 김재중의 솔로곡이다. 원곡자가 있으나, SM 엔터 대표 이수만이 소속 가수 누군가가 '잊혀진 계절'을 꼭 불러줬으면 한다 해서 김재중이 부르게 되었고, 이 곡은 <MIROTIC>에 실린다. 초반에 스트링,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의 악기 구성. 다소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이 덕분에 깔끔하게 김재중의 애절한 목소릴 더 잘 담아낸 것이지 아닐까 싶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도치법의 예시로 써도 될만한 첫 소절.


10월 마지막 밤에 이별한 사람을 담은 노래로 보인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사이 가을은, 이 두 계절의 중간이긴 하지만 왜인지 차갑고 쓸쓸한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 가사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이란 가을을 말하는 듯하다.




뮤직비디오 part.1

규현-광화문에서

광화문 가로수 은행잎 물들 때
: 광화문에서
넌 어땠는지 아직 여름이 남아 왠지 난 조금 지쳤던 하루
규현-광화문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rUbq_IXBaYg

이 곡의 특이한 점은 누군가에게 계속 말을 걸지만, 응답은 없다. 타의에 의한 독백.


여름이 남아 조금 지쳤던 것은 어쩌면 그리워하는 이의 기억이 남아 지쳐간 자신을 말한 것이 아닐까?


'광화문 가로수 은행잎 물들 때 그제야 고갤 들었었나 봐' 이 부분은 조금이나마 그리워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났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뮤비에 대해서도 조금 주관적인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Sm ent.
ⓒSm ent.
ⓒSm ent.
ⓒSm ent.

뮤비가 시작된 후 차례대로 4번의 화면 전환이 있으나, 조명은 한결같이 규현을 따라다닌다.


모두 일상적인 것들인데 침대 위, 욕실, 거실, 옷장. 모두 흔한 가정집 요소들인데 사방에 조명이 규현을 감싼다.



ⓒSm ent.

하지만 오직 누군가를 기다리는듯한 정류장에서만 조명이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실제의 정류장이 아니기 때문에 내면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을 가상의 정류장으로 표현한 것 같아 보인다.

ⓒSm ent.

횡단보도. '또 다른 곳으로 통하는 길'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규현 스스로도 이 부분이 '광화문에서' 뮤비의 하이라이트라고 했다.

ⓒSm ent.

횡단보도 중간에, 의자에 앉아있는 규현. 하지만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쳐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저것은 피아노 의자다.

ⓒSm ent.

아무것도 꾸며지지 않은 잔디밭 위에 피아노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위에서 규현은 연주한다. 하지만 이게 과연 인위적인 공간이 아닌 것인가?

ⓒSm ent.

여전히 조명들은 규현 한 사람을 감싼다. 이 조명이라는 것이 대중의 관심인지, 어떤 것을 표현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람 규현'이 아닌 '연예인, 어딜 가나 주목받는 규현'으로 그려내는 듯하다.

ⓒSm ent.

규현을 바라보던 카메라는, 철 계단 위로 올라가게 되는데

ⓒSm ent.

흰빛이 잠깐 나오고 뮤비가 처음 시작했던 그 침대 위에 한 여성이 앉아있다. 그리고 규현이 초반에 든 물 잔보다 물이 더 차있다. 이 장면이 어쩌면 규현이 처음 등장한 그 시점보다 과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가을에 대한 노래로는 아무래도 그리움, 이별에 관련된 노래가 많았다. 하지만 모두의 사랑의 시작이 같지 않듯이, 가을에 사랑을 시작할 것을 암시하는 '아스트로-고백'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사랑이 현재 진행형인 노래는 안타깝게도 없었고, 극과 극이었다. 이별이거나, 사랑의 시작이거나.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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