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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방영된 <프로듀스 101> 시리즈, 2021년 방영된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과 그 후속 프로그램으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방영 중인 <보이즈플래닛> 등등,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고 있다. 이처럼 각 소속사별로 소수의 참가자를 내보내 데뷔 그룹 멤버들의 소속사가 각기 상이한 경우가 있는 반면, 아예 한 소속사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자회사 연습생 일부 또는 모두를 출연시키는 경우도 있다. 2015년 방영된 JYP엔터테인먼트의 <SIXTEEN> (데뷔 그룹: TWICE(트와이스)), 2019년 방영된 YG엔터테인먼트의 <YG보석함> (데뷔 그룹: TREASURE(트레저)), 2020년 방영된 빌리프랩의 <I-LAND> (데뷔 그룹: ENHYPEN(엔하이픈))가 그 대표적인 예다.
왜 이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그룹을 꾸리고자 하는 걸까? 먼저, 꽤나 이름 있는 엔터테인먼트 또는 방송사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 해당 프로그램에서 데뷔한 그룹은 데뷔 초부터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 모든 멤버가 각자 팬을 상당수 보유한 채로 아이돌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니, 음반 판매량과 시상식 또는 음악방송에서의 수상 가능성이 모두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또 현재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그룹은 활동기한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추세이나, 그전에는 해체일이 따로 정해져 있기 마련이었는데, 이 경우에도 나중에 그룹이 해체하더라도 각 멤버들의 소속사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적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미 각 멤버별로 상당한 수의 팬덤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다른 그룹이나 솔로로 재데뷔한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걸그룹 IVE(아이브)가 그 예 중 하나다. <프로듀스 48>로 데뷔한 IZ*ONE(아이즈원)의 멤버 장원영과 안유진은 해체 후 다시 본인들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로 되돌아가 그룹 아이브로 재데뷔했는데, 이들의 그룹 합류 소식으로 인해 아이브는 데뷔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 인기를 입증해냈다.
뿐만 아니라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이들은 방송이 방영되는 동안 그들의 실력을 가감 없이 모두 내비치기 때문에, 데뷔 그룹 멤버들은 비주얼뿐만 아니라 노래 실력, 춤 실력, 아이돌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자신할 수 있게 된다. 검증된 멤버들로만 구성된 그룹을 만들어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렇게 흥행을 이어왔다.
이러한 이유들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흥행하는 시대에 오직 캐스팅으로 데뷔까지 하게 되는 아이돌은 점차 그 수가 적어지고 있는 듯하다. 과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연습생이 되어 데뷔까지 하게 된 걸까? 이번 글에서는 여러 아이돌의 캐스팅된 일화를 유형별로 분류해 보았다.
① 공연장
ITZY(있지) 유나
유나는 원래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플로어볼(플로어에서 플라스틱 스틱과 볼을 사용해 점수를 내는 경기) 선수였다. 아이돌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유나는 그룹 비투비의 팬인 언니를 따라 가요대축제를 보러 간 날, 현장에 있던 JYP 관계자의 눈에 띄어 캐스팅 제의를 받는다. 그 후 총 두 번의 오디션을 거쳤는데, 첫 번째 오디션에서는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제출했고, 이후 두 번째 오디션에서 에일리의 ‘저녁 하늘’과 애국가를 불러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되었다. 그 후 유나는 ITZY로 데뷔하여 그 해 많은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쓰는 등 지금까지도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VERIVERY 강민
양쪽 눈 시력이 모두 -6.5로 매우 좋지 않은 강민. 안경을 쓰지 않으면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탓에 강민은 늘 안경을 쓰고 다녔는데, 안경의 도수가 높아 눈이 작아 보여 평소 잘생긴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들이 강민의 안경을 장난으로 벗겼고, 강민의 본래 얼굴이 드러나게 되면서 친구들로부터 ‘싹이 다르다’라는 말과 함께 잘생김을 인정받게 된다. 그 후 처음으로 안경이 아닌 렌즈를 착용하고 어느 축제에 갔는데, 해당 장소에서 젤리피쉬 캐스팅 담당자로부터 연습생 제의를 받게 된다. 강민은 데뷔 후 브이앱을 통해 당시 캐스팅 담당자가 “혼자 너무 반짝이셨다. 혹시 회사 있으시냐.”라는 말을 하며 다가왔다는 캐스팅 비화를 전했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강민의 안경을 쓴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이 얼마나 다를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서 ‘VERIVERY’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데뷔한 강민은 ‘로드 투 킹덤’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BLACKPINK(블랙핑크) 지수
이미 오디션을 통해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된 지수. 지수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콘서트는 전부 보러 갔는데, 그중 하나였던 YG패밀리 콘서트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의해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비공개 YG 연습생인 터라 이러한 해프닝이 생긴 것. 소속 회사 이름을 밝힐 수 없던 지수는 회사가 따로 있다고 말하며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는데, 관계자가 계속해 명함을 주며 어느 회사 소속인지를 물어보았다고 한다. 결국 YG엔터테인먼트에서 블랙핑크로 데뷔한 그녀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며 빌보드 메인 차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눈부신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 지수는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이 된 케이스이나, 그 후로도 캐스팅 제의를 받은 적 있기에 재미를 위해 추가하였다.)
② 봉사활동
NCT DREAM(엔시티 드림) 재민
유년 시절 잠시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했던 재민. 재민은 쇼트트랙으로 전국 대회 2위를 차지한 적 있을 정도로 운동실력이 뛰어났다. 아이돌에 관심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와 함께 경인 아라뱃길에 봉사활동을 하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캐스팅 제의를 받게 된다. 어린 재민은 해당 관계자가 보험 회사에서 나온 사람인 줄 알고 어머니에게로 도망갔고, 그 후 관계자와 어머니가 따로 대화를 나눠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되었다. 재민은 그렇게 연습생이 되었고, SMROOKIES 활동을 거쳐 2016년, 그룹 엔시티 드림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 엔시티 드림은 여러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SM 앨범 초동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화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③ 길거리
NCT127 재현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5살부터 10살까지 미국 코네티컷에서 거주하고, 귀국 이후 강남 8학군에서 공부하며 학생회장으로도 활동하는 등 전형적인 ‘엄친아’ 인생을 살아온 재현. 재현은 중학교 3학년 말, 교실 청소를 끝내고 하교를 하던 도중 학교 앞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고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으나 평소 연예인의 꿈은 꿔본 적 없는 듯 데뷔 후 그가 연예인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주변인의 반응이 쏟아졌다. 그 후 SMROOKIES 활동을 거쳐 NCT U, NCT 127로 데뷔한 재현은 그룹 활동뿐만 아니라 라디오 DJ, 프라다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등 유려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NMIXX(엔믹스) 배이
엔믹스의 유일한 길거리 캐스팅 출신 멤버 배이. 중학교 2학년, 하교하던 도중 JYP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캐스팅 제의를 받고 오디션을 보게 되었는데, 그 오디션을 한 번 만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렇게 JYP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된 그녀는 그 후 그룹 NMIXX로 데뷔해 엔믹스만이 가진 특별한 장르인 ‘믹스팝’을 내세워 활동하며 가요계의 신성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④ SNS
aespa(에스파) 카리나
이중 가장 독특한 방법으로 캐스팅됐다고 볼 수 있는 에스파 카리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보고 가수를 꿈꿔왔고, 중고등학생 때는 교내 댄스 동아리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등 원래부터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던 카리나는 고등학교 1학년,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캐스팅 제의를 받고 연습생이 된다. 카리나는 데뷔 이전에도 샤이니 태민의 ‘WANT’ 뮤직비디오와 음악방송 무대에 출연하고, 엑소 카이와 함께 현대자동차-SM엔터테인먼트 버추얼 쇼케이스 ‘Beyond DRIVE’에 참여하는 등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후 그룹 에스파로 데뷔한 그녀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승승장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처음부터 아이돌의 꿈을 가지고 있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캐스팅을 통해 가수로 데뷔한 이들의 일화를 보면 흥미롭고, 또 한 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다.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들은 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도 싶다. 남들에게는 흔하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온 이들은 아이돌이 될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겠다. 앞으로 가요계에 등장하는 이들은 또 과연 어떤 루트를 통해 데뷔를 하게 될까? 운명처럼 가수가 된 이들의 새로운 등장을 또 기대해 본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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