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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Feb 24. 2019

‘좋아요’ + ‘싫어요’ = 힐링?

아이돌 음악 속 ‘힐링 서사’로 재 정의하는 트렌드 힐링(Healing)

1. 힐링(Healing) : 2010년대의 트렌드

 2010년대부터 한국사회에서는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로써 자리했다. 힐링이란, 말 그대로 healing, 치유(治癒)라는 의미로 통한다. 2000년대에서 2010년대로 넘어 오면서 치유라는 일종의 ‘정서’가 보편화된 것이다. 그리고 여타 대중문화들이 그렇듯, 대중가요 또한 이 트렌드에 탑승했다. 


 그동안 대중가요 대부분은, 특히 신나는 댄스곡을 주로 내놓았던 아이돌의 곡의 경우엔 열이면 아홉이 이른바 ‘사랑 노래’였다. 반면에, 힐링은 인디음악이라는 다소 마니아 장르에 한정된 서사였고, 트렌드로 급부상하며 대중 서사로 분류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그동안의 힐링 서사 : ‘좋아요’, ‘긍정’, ‘+’


 그렇다면 그동안의 대중가요,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돌 음악의 힐링 서사들은 공통적으로 어떠한 특징을 보였을까. 음악의 서사는 보편적으로 노래 가사를 통해 가시화되므로 힐링 서사를 대표하는 세 개의 곡인 에이핑크의 <Five>, 태연의 <I(Feat. 버벌진트)>, 비투비의 <괜찮아요>의 가사를 통해 이 서사의 공통점을 유추해낼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앞서 예시로 든 곡들에는 ‘쉬다’, ‘괜찮다’, ‘날아오르다’, ‘기적’, ‘지치지 않다’ 와 같은 긍정의 표현들이 주되게 사용된다. 이로써 우리는 음악 속 힐링 서사 또한 힐링을 키워드로 한 여타의 대중문화들과 동일하게 힐링의 가장 전면(前面)에 있는 이미지인 ‘좋아요’, ‘긍정’, ‘+’를 주로 내세운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힐링 서사는 힐링이 트렌드가 되었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힐링 에세이가 뻔하고 진부하다며 비판을 받으면서도 베스트셀러를 놓치지 않는 것과도 유사한 논리다. 이는 ‘좋아요’, ‘긍정’, 그리고 ‘+’가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졌을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점, 나아가 그래서 무한 에너지를 발휘한다는 점까지 시사하고 있다. 


3. 힐링의 재정의 : ‘싫어요’, ‘부정(不定)’, ‘-’를 포함하여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하루 종일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밀접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SNS와 함께하면서도, SNS 내 일종의 ‘반응’을 들여다본 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힐링이라는 정서가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힐링의 범주에 대해 재고해야 할 시기에 직면해있고 나아가 SNS의 반응에도 기존의 힐링과 비슷한 경향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아야한다.


 SNS 내에서 사용자가 타인의 게시물에 표할 수 있는 반응은 몇 가지나 될까.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의 경우, 사용자가 타인의 글에 반응하는 방법은 ‘좋아요’ 한 가지뿐이며, 또 다른 SNS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좋아요’, ‘최고예요’, ‘웃겨요’, ‘멋져요’, ‘슬퍼요’, ‘화나요’로 여타의 SNS보다는 좀 더 다양한 반응이 제시되지만, 직접적인 ‘싫어요’의 반응은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SNS의 이러한 경향은 트렌드 힐링이 사회 내에서 작용하는 방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싫어요’ 없는 힐링, 즉 ‘좋아요’에 한정된 치유(Healing)는 진정한 치유일까. 물론, 앞서 말했듯 기존의 힐링은 무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우리가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어준다. 그러나 나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멈추는 것’, 그리고 ‘돌아보는 것’이며, 이제는 무한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좋아요’ 앞에 ‘싫어요’라는 정지선을 그을 때가 아닐까.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정지선 없이 무한으로 달릴 수 없게 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싫어요’를 배제한 힐링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도 없을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4. 그러므로 : 사회비판과 탈(脫)의 서사, 힐링 서사일까?


 다시 아이돌 음악으로 돌아와, 필자는 앞서 말한 힐링의 범주를 넓히는 데 일조하는 작은 방법으로써 ‘싫어요’의 서사를 힐링 서사의 범주에 포함시킴을 제안한다. ‘싫어요’의 서사란 사회비판 또는 ‘탈(脫)’의 방식으로 ‘바꾸다’, ‘벗어나다’, ‘어기다’, ‘싫다’, ‘그만 두다’, ‘아니다’와 같은 부정(不定)의 표현을 주되게 사용하는 서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로써 ‘싫어요’만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면서 치유와 위로를 행할 수 있는 것이다.

2010년대로 진입하면서 아이돌 노래에는 사회 비판의 노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심지어 그룹 ‘B.A.P’와 ‘방탄소년단’ 등은 사회비판이라는 그룹 정체성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B.A.P의 <WARRIOR>, 그리고 <NO MERCY>, <ONE SHOT>, <Power>, 방탄소년단의 <No More Dream>, 그리고 <N.O>, <Am I Wrong>, <뱁새>, <쩔어> 등의 곡들이 이를 증명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른바 ‘탈(脫)의 서사’, 다시 말해 우리를 얽매는 일종의 규율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하는 서사 또한 힐링 서사에 포함될 수 있다. 이 서사를 대표하는 그룹은 악동 그룹이라고 불리는 ‘블락비’와 그 유닛 ‘블락비 바스타즈’이며, 블락비 바스타즈의 <품행제로>, 블락비의 <JACKPOT>, <Very Good> 등의 곡들이 그 예시가 되겠다.


 힐링은 결국 치유와 위로면서 현대 사회에서 일종의 탈출구다. 그동안 힐링은 ‘좋아요’로써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 왔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제는 잠시 정차해야 할 때다. 힐링이 진정한 탈출구로써 작용할 수 있도록,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나아가 아이돌음악이 선두에서 기존의 힐링을 이끌어왔던 만큼 다시 한 번 그들이 힘써주어야 할 때다. 어느 한 쪽으로 편중되지 않은 힐링 서사로 더 큰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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