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riter. 리스
1999, 다시 느껴 난
Today, I feel so new
최근 힙합과 발레가 혼합된 장르인 '힙레'로 화제를 모은 <1999> 챌린지를 본 적이 있는가? <1999>는 데뷔 10년 차 NCT 마크의 첫 솔로 데뷔 앨범 《The Firstfruit》의 타이틀 곡이다. '가비 걸'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가볍게 밈(meme)화되어 소비되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 속에는 정반대의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본 글에서는 마크의 인생을 중심으로 《The Firstfruit》 앨범을 살펴보고자 한다.
앨범명 《The Firstfruit》는 '첫 열매'라는 뜻이다. 2022년 <child>, 2023년 <Golden hour>, 2024년《The Firstfruit》 앨범의 선공개 곡들을 거쳐, 이번 앨범은 마크가 데뷔 이후 발매하는 첫 솔로 앨범이다. 이 앨범 자체가 처음으로 맺게 된 열매라고 볼 수 있다. 즉, '마크'라는 나무에서 열린 가장 소중한 열매를 드리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데뷔 전부터 항상 솔로 앨범 발매가 꿈이었다고 밝힌 만큼, 앨범에 대해 마크가 갖는 진심이 잘 나타난다.
이 앨범에는 마크의 인생이 담겨있다. 자전적인 앨범으로, 자신의 인생을 담은 하나의 책처럼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살아온 도시를 앨범의 전체적인 테마로 삼아, 태어난 토론토, 그 후 이사 간 뉴욕, 오디션을 본 밴쿠버 그리고 지금 서울까지- 각각의 도시를 중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마크가 콘텐츠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목사님이신 아버지의 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여러 도시를 이동하면서 지냈고, 일요일마다 찬송을 부르던 집의 분위기가 자신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평소 마크는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가지 요소를 종교와 음악으로 꼽았다. 음식을 먹기 전이나 무대에 오르기 전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찬양을 부르면서 기타를 치는 영상을 올리는 것에서 이러한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앨범은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 하나님께 드리는 첫 번째이자 가장 좋은 것을 나타내는 'The Firstfruit' 라는 단어를 사용해 종교적인 의미를 담았다. 이러한 의미는 앨범 곳곳에서 보이는 신앙적인 메시지로 이어지며, 관련된 주제를 다룬 노래들도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마크의 앨범 티저 이미지에서 아기 양을 안고 헛간에 서 있는 모습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Toronto
총 13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마크가 살아온 도시를 중심으로 4개의 챕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Toronto's Window>, <1999>에는 마크가 태어난 토론토에서 이야기를 담았다.
My mom raised me like an angel
My dad taught me how to fight devils
<Toronto's Window>는 skit(스킷)이다. 이 곡으로 토론토에서 태어난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엄마는 나를 천사처럼 키워줬고, 아빠는 나에게 악마와 싸우는 법을 알려줬어"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앨범의 첫 곡부터 마크의 아티스트 적인 면을 느낄 수 있다.
<1999>는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마크가 태어난 연도인 1999년을 제목으로 한다. 타이틀곡의 제목을 통해 다시 한번 마크의 인생을 담은, 자전적인 앨범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 난 다시 태어난 느낌이기에, 지금 난 내가 태어난 1999년도를 다시 느끼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시작 부분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노래의 웅장함을 강화한다.
New York City
다음으로 <Flight to NYC>, <Righteous>, <프락치 Fraktsiya (feat. LEE YOUNG JI)>는 토론토에서 뉴욕으로 떠나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이야기를 담았다.
<Flight to NYC>는 <Toronto's Window>와 마찬가지로 skit(스킷)이다. 비행기 방송을 컨셉으로 자신이 태어난 토론토에서 뉴욕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표현하였다. skit(스킷)을 자신이 이동하는 각 도시의 챕터를 구분하는 책갈피로 하고 싶었다고 밝힌 만큼 그 역할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부분인 것 같다.
<Righteous>는 앨범의 수록곡 중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곡으로 마크의 힙합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라이브 무대 영상에서 그 장점이 더욱 두드러지며, 일명 귀에 때려 박는 마크의 랩을 들을 수 있다.
<프락치 Fraktsiya (feat. LEE YOUNG JI)>는 힙합 장르의 이영지와 아이돌 장르의 마크가 만나 서로 양쪽 세계의 프락치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스케줄이 몇 개지, 하루에? 내 마일리지론 honeymoon out of space"라는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The Firstfruit》의 선공개 곡으로, <Small girl>과 함께 연말 무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https://youtu.be/OSnbwwGmtg0?si=ZVgNGbVCnuN0F8Dz
Vancouver
<Raincouver>, <Loser>, <Watching TV (feat. Crush)>는 마크가 중학교 시절을 보낸 밴쿠버를 배경으로 한다.
<Raincouver>는 필자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기존 NCT 앨범에 수록된 귀여운 느낌의 이지리스닝 곡을 좋아한다면 분명 취향 저격일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밴쿠버에서 영감을 받아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순수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곡의 시작 부분의 가사인 중학생 때, 중학교 쌤, 중학교 때를 부르는 특유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마크의 보컬이 이 곡의 느낌을 한층 더해준다.
<Loser>는 발매 당시부터 많은 팬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히는 트랙이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loser의 발음을 lose her과 유사하게 발음하면서, 네가 나에게 상처를 줘도 나는 loser가 되면서까지 너를 사랑할 것이라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사랑 이야기로 스토리텔링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하나님은 우리가 그에게 계속 상처를 주어도 계속해서 우리를 사랑해 주신다는 메시지를 담아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앙에 관한 맥락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를 넘어서 우리도 사람에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먼저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종교적 교리를 전달하는 것으로도 느껴졌다. 마크도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는 노래라고 밝힌 바가 있다.
<Watching TV (feat. Crush)>는 〘델마와 루이스〙 라는 영화를 오마주 한 것으로 마지막 마크의 내레이션인 "우리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라는 대사로 밴쿠버에서의 이야기의 끝을 맺게 된다.
Seoul
마지막은 마크의 서울에서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지금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82 Pressin' (feat. HAECHAN)>은 NCT 멤버인 해찬이 피처링 한 곡으로, 마크는 해찬이 자신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처음부터 당연히 피처링해 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평소 'Strongest duo'라 불리는 둘의 케미와 시너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82라는 한국을 나타내는 숫자를 통해 서울이라는 정체성을 더했다. 필자는 마크 생일인 8월 2일과도 연관이 있어 운명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200>은 《The Firstfruit》 앨범의 3개의 선공개 곡 중 가장 먼저 공개된 곡으로, 이 곡을 발매한 시기를 전환점으로 《The Firstfruit》 앨범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마크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은 선공개 당시 앨범에 <200 (Minhyung's Version)> (Minhyung은 마크의 한국식 이름)으로 직접 마크가 기타를 치며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른 노래도 수록되어 있으니 꼭 들어 보기를 바란다.
<Journey Mercies>는 편지를 쓸 때 마지막에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는 의미로 남기는 문구를 제목에 활용한 곡이다. 마크가 앨범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의 곡으로 꼽기도 했다.
<mom's interlude>는 실제 마크와 마크 어머니의 통화 내용을 시작으로, 마크 어머니의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곡이다. 마크의 어머니는 피아노 재즈를 전공하고 마크가 중학교 때까지 피아노 선생님으로 일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머니도 모르게 몰래 녹음했다고 하며, 신앙적인 내용을 담은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며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을 담았다. 결국 마크의 건강만을 이제 생각하겠다며 오늘 점심 뭐 먹을 거냐고 묻는 어머니의 통화 속 말이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Your love is too much too much always
<Too much>는 이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도시를 돌아다니며 찾고 싶었던 자신을 찾은 듯한 기분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필자는 항상 존재하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고도 느껴졌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사랑으로 인해 나의 인생은 축복이었으며,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그에게 나의 첫 번째 열매인 이 앨범으로 부응할 것이라는 가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종교에 민감한 사람도 존재하고, 노래에 종교적인 것을 드러내면서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종교적인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풍부한 앨범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마크라는 사람이 인생을 항상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보여주기에 종교는 몰입을 도와주는 바람직한 표현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더 빠른 시기에 솔로 앨범을 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의견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데뷔 10년 차에 발매하는 솔로 앨범이기에 진정으로 마크가 하고 싶었던 앨범을 접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일반 대중들이 기대하는 강한 랩을 하는 마크의 모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마크의 인생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마크스러운" 앨범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https://youtu.be/c6PeWqj-moU?si=f8vV4Ump-37F0DRF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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