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시간 여행길에 머물다보니 계절이 수시로 바뀐다.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닷가로 다니던게 엊그제인데 어제 오늘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도망와도 추위가 뒤꽁무니에 달라붙어 코끝을 시린다.
지금처럼 해를 넘기며 달리는 로드트립을 하다보니 계절, 그 중에서 겨울여행이 주는 특징을 얘기해볼까 한다.
가장 먼저 느끼는 겨울여행길은 해가 짧다. 아침에 추위가 한결 가시는 시간에 길을 나서면 점심 한끼 먹고나면 어느덧 해가 뉘엿거리는게 하루가 훌쩍 다가고 만다. 여름이었다면 한낮이고 아직도 여기저기 일정을 거쳐야 하는 시간에 벌써 해는 저물고 날은 추워져서 이불속을 찾아야하니 말이다.
두번째로 미국의 겨울여행은 날씨마저 안 도와준다. 물론 혹자는 눈이 오는 겨울, 비가 적시는 겨울 여행이 분위기를 살려주지 않나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눈, 비, 추위, 바람은 여행자에게 넘어야 하는 장벽일 뿐이다.
그럼 좋은 점은 없나?
아니 어딜가도 북적이질 않는다. 캠핑장은 곳에 따라 문을 닫기도 하지만 열린 곳이라면 예약하기가 쉽다.
물론 플로리다의 겨울은 미 전역에서 몰린 스노우버드들로 넘쳐나기에 좀 예외지만 말이다.그럼에도 북적이는 플로리다를 향하는 사람은 많다. 나처럼.
겨울 여행에는 불편함이 많이 따르다보니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않다. 그러다보니 한가한 여행지를 느껴보는 것이고...
만약 여행길을 나서다면 계절의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겠지만, 장거리 여행자에겐 겨울이 곤혹스런 계절임에는 틀림없다.
춥다고 이불덥고 있기엔 세상엔 가볼때가 너무 많아 짧은 겨울해라도 눈보라 휘날리는 강추위에도 길을 나서는 이가 그래도 많다는 사실.
** 스노우버드.snow bird : 미국영어에 쓰이는 말로 계절에 따라 날씨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흔히 RV를 타고 여름이면 시원한 북쪽이나 바닷가로 갔다가 겨울이면 따뜻한 아리조나, 플로리다로 모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 사진은 어제 머물렀던 텍사스의 바닷가입니다. 어제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그냥 잤습니다. 밤새 파도소리가 폭포소리처럼 들리더군요. 해질녘 색의 마술과 아침해의 힘찬 용솟음을 담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