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을 마지막으로 글을 적어보질 못했다. 플로리다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거쳐 조지아주 그리고 노스 캐롤라이나까지 그동안 움직였건만 글하나 남기질 못했다. 잘 쓰고 못 쓰고가 아닌 그저 지나가는 길에 대한 단상을 나열하는건데도 그마저 못했다.
살림살이와 마음, 모든 걸 정리하고 여행길을 나선지 3년 반이 훌쩍 지났다. 이제 길 위에서 자고 먹고 하는 삶에 적응이 되서 편안할만도 한데, 요즘은 몸도 마음도 붕 떠서 어디 적응되있질 않은거 같으니...
아직도 마음속에는, 머리속에는 남은게 많은가보다.
남들은 지금도 열심히 돈벌고 자식키우고 재산증식하면서 행복하게 사는데 나는 길바닥에 시간을 내팽개치면서 하루하루 지내는건 아닌지 하는 염려 같은거 말이다.
그런거 털어 버린지 오래전인데도 앙금이 앉아 있었는지 뭔가 휘저어대면 불쑥 올라오곤 한다.
플로리다의 겨울은 생각보다 더웠다. 그리고 끈적거리는게 불쾌감을 높였다. 플로리다 한달 살아보고 떠날 때쯤 되니 온몸에 모기 물린자국이 그득하다. 플로리다를 벗어나니 아직 겨울이 안지나간듯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린다. 우중충한 하늘 아래서 살아가다보니 그런것도 아닐텐데 그저 꿉꿉한 생각이 머릴 떠나지 않고 짓 누른다. 그래서 였을까? 아니지 그런 정도로 휘저어질 마음이면 예전에 그만뒀을 여행길이었을텐데.
장기간의 여행길에서 오는 단순한 슬럼프일까?
그래 이건 그저 지나가는 슬럼프일꺼야.
이또한 지나가면 추억의 한장이 될 그저그런 것일꺼야.
이런 바램으로 오늘을 또 지내본다.
지난 밤에도 차 지붕을 두들기던 빗방울은 아침녘에도 두득거리고 있다. 저 빗방울들이 방울방울 행복으로 뿌듯하게 맺히는 아침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