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사람들이 박사라고 부르는 이였습니다. 사람 좋다라는 평가를 들을만큼 무난하고 온순한 성격을 가진 이였습니다. 나이가 더 많았기에 박사님이라 불렀습니다. 어느 사람인가는 교수님이라 부르더군요. 물론 어느 대학에서 가르쳤었는지는 모릅니다.
근데 사라졌습니다. 주변과 소식을 끊고 하던 SNS도 없어지고 전화도 안된다하더라구요. 아직 세상을 떠날 나이도 아닌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비갠 하늘의 무지개처럼, 아니 사막의 신기루처럼 싹 사라졌습니다. 흔적도 없이.
그 사람과 지냈던 시간이 기억속에 엄연한데 그 사람은 지금 없습니다.
구글 지도를 보니 한국을 위성사진으로 볼 수 있더라구요. 예전 한국에 살던 곳들을 찾아봤습니다. 외가집이 있던 시골동네, 어릴때 다니던 중고등학교, 젊음이 넘칠때 이잡듯 뒤지고 다녔던 대학가 마을, 군생활의 추억이 담긴 장소 그리고 사회초년병이 되어 이술집 저술집 모두 다 내꺼듯이 드나들던 광화문일대.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곳에서 남겼던 내 기억은 엄연한데 그곳은 예전의 그곳이 아니더군요. 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많더라구요. 발전하는 사회는 기억의 장소마저도 삭제하나봅니다.
기억의 장소가 사라지니 이제 뻥을 쳐도 될려나봅니다. 뻥치는 기억을 맞춰 볼 곳이 없으니까요.
여행하며 바라보는 이 많은 세상의 모습도 시간이 지나면 내 기억속의 모습만을 남기고 신기루처럼 사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