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의 집게는 몸집에 비해 이상해 보일 정도로 크다.얼큰이로 살다보니 어디가 좀 크다하면 웬지 안쓰럽다.바닷가의 식당들은 풍광이 여린 음식이러서 그런지 좀 비싸게 받는다. 작은 샌드위치빵에 마요네즈에 버무린 랍스터 살을 올린 랍스터롤이 30불 내외, 35000원이 넘는다. 한푼이라도 아끼고 사는 여행자에겐 부담스럽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는 미국의 동쪽 끝인 메인주의 쿼디헤드 주립공원에 다녀왔다. 캐나다가 바다걷너 빤히 보이는 그곳에 가니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휴대폰 신호였다. 아직 가지도 않은 캐나다건만 캐나다의 신호가 잡히다보니..웰컴투캐나다..라는 텍스트가 먼저 온다. 좀 색다른 바닷가의 느낌이랄까? 망망대해 태평양을 바라보던 캘리포니아의 바닷가에 익숙해져서인지 여긴 참 포근한 느낌의 바닷가이다. 한쪽 작은 절벽위에 자리한 등대는 바다가 불러주는 감상을 한껏 부추긴다.
메인주의 바닷가는 어딜가나 육지에 가까운 바닷물 위로 작은 부표들이 즐비하다. 아마 랍스터 부표인듯하다. 하긴 랍스터가 경제의 90%를 차지한다는 주이니 뭐 더 할말은 없다.
바위가 많고 모래보다 자갈이 더 많은 동쪽 끝바다를 바라보며 컵라면 하나로 점심을 채우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바닷가에 위치한 랍스터가게에 들렸다. 지역내 어부들이 함께 만든 도소매장이다. 살아있는 랍스터를 보여주고 고르란다. 중간 사이즈로 먹을만한 두마리에 조개 1킬로 정도, 뉴잉글랜드 특산 클램챠우더(조개죽), 싱싱한 굴 4개를 사니 78달러, 약 9만원정도 나온다. 아마 식당가서 먹으며 200달러는 넘게 나올듯하다. 아, 살아있는 랍스터를 고르면 자기네들이 삶아준다. 조개도 그러기에 캠핑장에 가져와 먹기만 하면된다.
미국 동부해안가를 따라 달리는 1번 국도가에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 여럿 있다. 마을 앞의 포구마다 몇척의 랍스터 잡이 어섬들이 평화로이 떠있다. 그 바닷가 뒤로 올망졸망한 섬들이 대해를 막아준다. 예전 남해안의 바닷가를 여행할 때 느꼈던 그 포근한 바닷가를 여기서 만난다. 물빠진 갯벌에 긴 장화에 챙긴 모자를 쓴 우리네 할머니가 없을 뿐.
캠핑장에 돌아와 랍스터와 조개를 펼쳐놓고 맥주 한 모금을 넘기니 세상의 행복이 함께 목을 넘어 배를 채워준다. 배 속 살보다 집게 속 살이 더 맛나게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