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못한 마음들에 대하여
『바질 이야기』를 읽는 건 오래된 꿈속을 천천히 거니는 기분과 비슷했어. 처음엔 그저 반짝이는 젊음과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몇 페이지 지나면서부터는 그 안에 조용히 가라앉아 있던 외로움과 말로 다 옮겨지지 못한 감정들이 은근-하게 밀려와. 눈에 띄게 울리는 장면은 없는데, 마음 어딘가를 자꾸 건드려. 그게 이 이야기의 이상한 힘이야.
피츠제럴드는 이 작품 속에 자신을 굳이 숨기지 않아.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인물들의 시선과 말투,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체온 같은 게 스며 있다는 걸 느끼게 되거든. 예를 들어, 누군가를 조심스럽게 떠올리는 장면이나 괜히 던진 말에 담긴 후회 같은 것들, 그리고 딱히 설명되진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어떤 감정들.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이게 단지 허구가 아니라, 피츠제럴드의 조각난 기억과 마음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라는 게 점점 또렷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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